도 넘은 텃세 판정… 한국 쇼트트랙, 충격의 무더기 실격

입력
2022.02.0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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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헌·이준서, 男1000m 준결선 1·2위 들어왔지만
이해할 수 없는 페널티 판정으로 탈락
어부지리 올라간 중국은 결국 금·은 휩쓸어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페널티를 받아 탈락했다. 한국의 탈락으로 올라간 중국 선수들이 결선에 진출, 결국 메달까지 목에 걸면서 중국의 도를 넘은 텃세 판정 문제는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황대헌(23)은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런쯔웨이, 리원룽 등 두 중국 선수의 견제에 3위로 레이스를 출발한 황대헌은 침착하게 레이스를 돌며 기회를 노렸다. 이후 4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중국 선수들의 틈이 벌어지자 인코스로 부드럽게 파고들었고 결국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일단 선두를 차지한 황대헌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들어왔다.

하지만 심판은 비디오 판독 끝에 "레인 변경이 늦었다"고 판단, 황대헌의 탈락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2, 3위로 들어온 런쯔웨이, 리원룽이 1,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이날 판정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여준형 전 국가대표팀 코치는 "판정은 심판이 하는 것"이라면서도 "황대헌과 같은 상황으로 실격을 주진 않는다. 뒤에 오는 선수를 막아선 안 된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오히려) 이건 전 세계적으로 박수 갈채를 받을 만한 플레이"라며 “기술상을 줘야 할 판에 이게 왜 실격이냐”며 어이없어 했다.

석연치 않은 판정은 준결선 2조 경기에서도 계속됐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막내 이준서(22)는 준결선에서 최하위로 레이스를 시작했으나 인코스 추월을 통해 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레인 변경 반칙이 있었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중국 우다징이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 2명이 판정으로 탈락하면서 결과적으로 중국 선수 2명이 추가로 결선 무대를 밟게 된 것이다.

메달도 중국의 차지였다. 중국은 결선에서 런쯔웨이가 2위, 리원룽이 3위로 결승선에 들어왔으나 또 한 번의 비디오 판독 끝에 1위 리우 샤오린 산도르(헝가리)에게 옐로 카드가 주어지면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황대헌과 이준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황대헌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판정 등에 대한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다음에 하겠다"고 답한 뒤 자리를 피했다. 이준서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 의사를 드러낸 후 자리를 떴다.

쇼트트랙 대표팀에겐 빙질 불운도 계속됐다. 혼성계주 예선에서 넘어졌던 박장혁(24)은 이날 다른 선수와 충돌했다. 어드밴스로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왼쪽 손가락 위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기권을 선택했다. 최민정은 여자 500m 준준결선에서 4위에 그치며 탈락했다.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에 이어 2위로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결승선 2바퀴를 남긴 코너에서 빙질에 걸리며 넘어졌고, 주먹으로 바닥을 치며 분을 삼켰다.

한국은 8일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뒤 본격적인 메달사냥에 나선다. 9일에는 남자 1,500m에서 황대헌, 박장혁, 이준서가 다시 금빛 질주에 나선다. 11일에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이 예정돼 있다.

베이징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