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가면 무난하게 진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7일 딱 한 달 남은 대선 판세를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설 연휴를 기점으로 ①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으로 정치개혁 이슈 선점 ②TV토론을 통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 부각을 통해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율의 30%대 박스권 탈출을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86용퇴론은 송영길 대표의 차기 총선 불출마 이후 동참 인원이 없어 흐지부지됐고, 연휴 이후 어렵사리 성사된 3일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실수는 없었지만 판세를 흔들 만한 점수도 얻지 못했다.
더욱이 설 연휴 전후로 제기된 배우자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까지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조만간 본격화될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정치권 이슈를 빨아들인다면 정책과 비전을 앞세운 이 후보의 전략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좀처럼 지지율 반등을 위한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 후보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꺼낸 것은 합리적 중도·보수인사와의 회동을 통한 '외연 확장'이다. 6일 밤 서울 광화문의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사무실을 찾아 80분간 만남을 가진 데 이어 7일 은사이자 '보수적 자유주의자'로 불리는 이상돈 전 의원과 오찬을 했다. 8일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난다.
이 후보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두 분(김종인, 이상돈)이 도움 될 만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면서도 회동 내용에 대해선 말을 삼갔다. 다만 중도·보수 원로들과의 회동은 "인재와 정책에 있어 진영을 가리지 않는 통합정부가 필요하다"는 이 후보의 국민 내각, 통합 정부 구상과 맞닿아 있다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국가 운영을 위해 인재 등용의 기준을 진영이 아닌 능력에 두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반(反)윤' 중도·보수층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지지층 결집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남은 기간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윤 후보와 결별한 바 있고, 이 전 의원과 윤 전 장관은 각각 "트럼프(정부) 4년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울타리(검찰) 밖의 세상물정에 너무 어두운 게 아니냐"며 윤 후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당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와의 연대에 대한 언급도 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 후보나 민주당 선대위의 기본 생각은 정파에 관계없이 통합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는 '책임총리제' 구상을 밝혔다.
그는 "책임총리에 안 후보 혹은 김 후보를 모실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를 특정할 수 없지만 정파가 연합하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에둘러 답변했다. 당 안팎에선 '이재명-안철수 연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지만 안 후보의 몸값을 올려 야권 후보단일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