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논의, 선거공학적 이벤트면 역효과 명심을

입력
2022.0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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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인사들이 야권 단일화 군불을 지피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선 때마다 주요 변수로 등장했던 단일화 논의가 어김없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 자체가 당선을 보장하는 만능 열쇠일 수 없다. 정치공학적인 이벤트성 단일화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의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6일 언론 인터뷰에서 “때가 됐다”며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14일 후보자 등록 마감 전에 단일화를 하자며 공동정부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에 대해 선을 그었던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7일에는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윤석열 후보 역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배제할 필요가 없다”며 “단일화를 한다면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염두에 두는 것은 여론조사 방식이 아니라 후보 간 담판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공동정부나 책임총리 등을 고리로 안 후보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심산일 터다. 완주 의지를 보인 안 후보가 이에 응할지는 알 수 없다. 안 후보는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불쾌감도 드러냈다.

두 후보가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단일화의 계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 후보는 그간 “정권교체가 되고도 달라지는 게 없으면 정권교체가 무슨 소용이 있냐”며 ‘닥치고 정권교체’에 선을 그었다. 비전과 가치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는 셈이다. 단일화 논의에서도 이런 점이 빠진다면 설사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권력 나눠 먹기와 다를 바 없다. 역대 선거에서 단일화 이벤트 때문에 정책 경쟁이 뒤로 밀리고 후유증도 상당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단일화 줄다리기가 재연된다면 유권자들의 염증과 피로감만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