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증액 반대" 홍남기 '고립무원'... 與는 탄핵 추진, 靑은 거리두기

입력
2022.02.06 20:06
與 추경 증액 요구하며 "홍남기 탄핵" 거론
靑 "여야 합의하면..." 증액 가능성 열어놔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국회 처리를 두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안 증액에 반대하는 홍 부총리를 향해 탄핵까지 거론하는 등 격앙된 상황이고, 증액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청와대까지 '여야 합의'를 언급하면서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6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폐업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홍 부총리가 재정의 역할을 회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홍 부총리를 강력히 비판했다. 홍 부총리는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여야가 합의하더라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며 여당의 추경 증액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에선 홍 부총리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원장인 노웅래 의원은 "홍 부총리의 행태는 백성이 굶어 죽든 말든 자기들만 잘 살겠다는 탐관오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며 "이제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의원도 홍 부총리 탄핵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제안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홍 부총리의 추경 증액 반대 입장에 대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폭거"라고 맹비판했다.

민주당은 고강도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국회에 제출된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35조 원까지 증액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도 이미 '50조 원'을 불러 둔 상황이다. 여야 간 방역지원금(최대 300만 원) 증액, 손실보상률 상향(현행 80%→100%)에는 이견이 없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여야 모두 소상공인·자영업자 표심을 얻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다만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6일 "정부는 이미 제출된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이 신속하게 통과되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추경안 증액에 쉽게 동의한다면 '대선용'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여야 합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국회의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미처 몰랐던 소상공인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견될 수 있다"며 "여야가 합의해 합리적인 증액을 요구한다면 청와대도 계속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도 "여야 합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증액 가능성을 다소 열어 두면서 민주당의 '홍남기 때리기'는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정 가운데 홍 부총리만 증액에 반대하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오는 15일 이전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홍 부총리 설득을 위해 청와대를 압박한다면, 당청 간에도 긴장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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