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깊이 32m 우물에 빠진 5세 아이가 사고 4일만에 겨우 구출됐지만 끝내 숨졌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은 이날 “깊은 우물에 빠진 5세 라얀이 목숨을 잃었다”라고 발표하고 라얀의 부모에게 애도를 표했다.
모로코 북부 쉐프샤우엔주 이그란 마을에 살던 라얀은 지난 1일 아버지가 보수 작업을 하던 우물 근처에서 사라졌다. 갑자기 사라진 라얀은 물이 마른 우물에 빠진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 당국은 즉시 구조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라얀이 빠진 우물의 입구 직경이 45㎝로 좁은데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구조여서 구조대원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 이에 구조대는 우물 옆의 토사를 아이가 있던 32m 깊이까지 수직으로 파낸 뒤 이곳에서 다시 우물벽 쪽으로 수평 방향으로 굴을 뚫는 방식으로 구조 작업을 진행해왔다.
굴착기 등이 동원되고 대대적인 구조 작업이 펼쳐졌다. 구조대는 구조작업을 하면서 라얀의 상태를 살피며 산소와 물, 음식 등을 밧줄에 매달아 내려 보냈다. 구조 현장 주변에는 라얀을 도우려는 수천 명이 몰렸고, 일부는 노숙까지 하며 구조대원을 격려하고 라얀의 무사 구조를 기원했다.
사고 나흘 째인 이날 구조대는 라얀이 있던 장소 80㎝ 앞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지만, 토사 붕괴의 우려로 굴착 작업이 시간당 20㎝속도로 천천히 이뤄지면서 생환을 기다리는 이들을 애타게 했다. 이날 오후 9시30분쯤 드디어 구조대가 라얀에 닿았다. 이날 라얀은 노란색 담요를 덮은 채 우물 밖으로 실려 나왔다. 하지만 구조당국은 라얀을 발견한 직후 사망 판정을 내렸다.
라얀의 사망 소식에 구조대를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했다. 구조 현장에 있던 모로코의 이드리시 메흐디(32)씨는 “우리는 가냘픈 희망이 필요했고, 비록 비극적인 결말이었지만 라얀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었다”며 “그가 평안히 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모로코 소설가 라일라 랄라미도 “우리 모두는 어린 라얀이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며 “이 모든 것이 너무 비극적이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