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이 밤에 발생하면 낮에 생길 때보다 증상이 악화할 위험이 더 높고 예후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동억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와 류위선 전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전국 11개 대학병원 신경과에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한 1만7,461명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 밤(오후 6시~오전 6시)에 발생한 뇌경색은 낮(오전 6시~오후 6시)에 생긴 뇌경색보다 발병 후 증상이 악화될 위험이 15% 높았다.
밤에 발생한 뇌경색 환자는 독립적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될 확률이, 낮에 발생한 뇌경색 환자보다 12% 낮았다.
김동억 교수는 “생명체가 지구 자전에 적응하면서 생긴 24시간 생체시계의 영향력이 뇌경색 발병 시간대에 따른 환자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신비롭게 느껴진다”며 “엥 로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2년 전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한 생쥐 실험 결과를 대규모 임상 연구로 검증한 첫 성과”라고 했다.
김 교수는 “밤에 발생한 뇌경색 환자의 예후가 더 좋지 않은 이유는 낮ㆍ밤 의료 질 차이 때문이 아니라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지만 생체시계 교란과 관련된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포함한 복합적 원인을 밝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희준 교수와 연구에 참여한 미국 제프리 세이버 LA캘리포니아대(UCLA) 신경과 뇌졸중센터장은 “이번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밤이나 이른 새벽에 발생한 뇌경색은 증상이 더 악화되므로 되도록 빨리 응급실을 찾아 혈전용해술ㆍ혈전제거술 등 적극적인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PLOS 메디신(IF 11.07)’ 최신 호에 실렸다.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나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등 뇌졸중(중풍)이 발생하면 발음이 어눌하고 말을 잘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장애가 나타난다. 또 신체 한쪽이 마비돼(편마비) 팔·다리를 움직이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감각이 떨어진다.
심한 두통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를 하기도 한다. 시각장애가 발생해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겹쳐 보인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심해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고 손놀림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늦어도 4.5시간 안에 응급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과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뇌경색은 혈관을 막은 혈전을 녹이는 용해제를 사용하는 ‘약물 재개통술’과 기구를 넣어 혈전을 제거하는 ‘기계적 재개통술’을 시행한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음식은 싱겁게 먹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뇌졸중 위험 인자 중 하나인 고혈압을 조절하는 데 효과가 있는 칼륨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