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이상일 때 ‘목 혈관’ 확인하면 뇌졸중 위험 보인다

입력
2022.02.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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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맥협착증’, 허혈성 뇌졸중 원인의 30% 차지

경동맥(頸動脈ㆍcarotid artery)은 목 부위 동맥으로 목젖 좌우 3㎝ 부근에 있다. 심장에서 뇌로 가는 혈액의 80%를 담당할 정도로 중요한 혈관이다. 경동맥이 점점 좁아지면서 막히는 것을 ‘경동맥협착증’이라고 한다. 경동맥협착증은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원인의 30%를 차지한다.

고준석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졸중은 일단 발병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치명적 후유증이 발생한다”며 “하지만 경동맥이 절반 정도 막혀도 별다른 증상이 없기에 진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경동맥협착증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2016년 6만2,000명에서 2020년 10만 명으로 늘어나 연평균 12.7% 증가했다. 경동맥협착증 환자는 40대부터 발생해 50대부터 급증하고,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1.5배 많았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경동맥협착증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각종 스트레스와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깊다.

특히 경동맥협착증이 무서운 이유는 혈관이 절반 가까이 막혀도 자각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기 진단이 어렵고 발견돼도 증상이 없어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어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하지만 방치해 협착이 심해지면 언제 어떻게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자칫 뇌경색으로 뇌 기능이 마비될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70% 이상 진행된 심한 경동맥협착증이라면 발견 즉시 치료해야 한다.

경동맥협착증은 주로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병이 서서히 진행되기에 증상을 느껴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상헌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40대 이상이면서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흡연자라면 위험군이므로 경동맥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추가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경동맥 도플러 검사 등을 시행해 협착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MRI의 경우 경동맥 협착으로 인해 과거 발생했던 뇌경색을 추적 진단할 수도 있다.

이들 검사로 뇌졸중 위험성이 발견되면 치료해야 한다. 협착이 심하지 않거나 증상이 없으면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하지만 뇌혈관이 70% 이상 좁아져 있고 증상이 있다면 수술(경동맥 내막절제술)이나 시술(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이나 시술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스텐트를 이용해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확장술과 직접 동맥경화 찌꺼기를 제거하는 내막절제술이다.

경동맥 내막절제술은 대부분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하지만 협착 부위 동맥경화 찌꺼기를 직접 제거할 수 있으므로 수술 후 재협착률이 낮거나,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을 시행하기에 혈관 굴곡이 너무 심하거나, 경동맥협착증이 심해 뇌색전증을 일으켰을 때 매우 유용하다.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 환자, 심장 질환을 동반한 환자, 전신마취가 곤란하고 수술 위험이 큰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하게 할 수 있다.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은 경동맥 내에 미세 도관ㆍ철사로 풍선을 위치시켜 풍선으로 협착된 부위를 넓힌 후 스텐트를 확장하는 시술이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회복도 빠르다. 물론 이 시술이 만능은 아니다. 동맥경화 찌꺼기를 제거하는 경동맥 내막절제술보다 남아 있는 동맥경화로 인한 재협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경동맥협착증을 예방하려면 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ㆍ당뇨병ㆍ흡연 등이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 혈액 흐름을 방해하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한다. 또한 저지방ㆍ저염식 식단을 유지하고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이고, 금연해 혈관 건강을 지키는 것이 경동맥협착증 예방에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