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좋을 수 없다”… 시진핑, 올림픽 개막 직전 푸틴과 회담

입력
2022.02.0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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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개막 직전 중러 정상회담
푸틴 "전례 없이 관계 긴밀" 힘 실어주기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해 에너지 협력 ↑
'외교적 보이콧' 맥 빠진 시진핑 지원사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 직전 단독으로 만나 양국의 각별한 우의를 과시했다. 서구 정상들이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면서 올림픽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찾아 ‘브로맨스’를 뽐내면서 중국은 체면치레를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중국의 지지가 절실한 러시아도 미국에 맞서 가장 믿을 만한 우군과 공조를 다졌다.

로이터와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을 찾은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는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양국은 외교문제부터 경제발전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서로를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공급해 에너지 협력이 증진될 것”이라면서 “양국 관계는 상호발전을 촉진하는 좋은 모범”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시 주석은 “양국의 정치적·전략적 상호 신뢰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회담에 이어 ‘새 시대 국제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에너지, 금융 등 15개 분야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양국은 전년 대비 31%가 증가해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1,400억 달러(약 168조 원)의 무역규모를 2024년까지 2,000억 달러로 늘린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올림픽에 앞서 의례적으로 열리는 회담이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양국의 단합과 미국에 맞선 협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베이징에서 올림픽에 앞서 회담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CCTV는 회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도착 소식을 전하면서 ‘먼 곳에서 친구가 왔다’고 소개해 최상을 구가하는 양국의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양 정상이 대면 회담을 가진 건 2019년 11월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외국 정상을 만난 건 푸틴 대통령이 처음이다. 양 정상의 회담 횟수는 2013년 시 주석 집권 이래 38회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국가 정상급 인사들은 개막식 다음 날인 5일 시 주석과 단체로 오찬을 갖는다. 베이징올림픽을 빛낼 최고의 손님이 푸틴 대통령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양 정상은 올림픽 개막식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양국은 지난해 12월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당시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푸틴 대통령은 대만 문제를 각각 러시아와 중국의 ‘내정’으로 규정하고 상대방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앞서 2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중국은 한 국가의 안보가 다른 국가의 안보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러시아와)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미국에 맞서 한배를 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