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크다고, 믹스라고 한국 떠나야 하는 개들

입력
2022.02.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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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누리꾼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국내 첫 '강아지 아이돌' 콘셉트의 연습생 그룹 '탠져린즈'다. 구낙현씨가 제주 제주시 한 주택가에서 방치된 채 길러지던 강아지 7마리를 구조해 아이돌 그룹 콘셉트로 SNS에 홍보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2,500명이 넘는데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두 차례 '팬미팅'(입양행사)까지 열었다. 하지만 7마리 중 '데뷔'(입양가족을 찾은 경우)한 멤버는 3마리다. 구씨는 국내 입양이 안 될 경우 해외 입양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지만 입양자를 찾기 어려운 건 믹스견인 데다 최소 15㎏ 안팎으로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얼마 전 한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과 관계자로부터 "해외 입양을 보내는 동물단체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냐"라는 연락을 받았다. 폐쇄한 개농장에서 구조한 대형견인데 갈 곳이 없고, 안락사를 시킬 수도 없어 고민하던 차 도움을 받을 수 없겠냐라는 내용이었다. 나름 동물복지 관련 업무를 잘하는 곳으로 알려진 지자체임에도 결국 개농장 개를 위해 찾은 답은 민간단체를 통한 해외 입양이었던 것이다.

비품종견(믹스견), 중대형견의 국내 입양처를 찾기 어려운 건 지자체, 개인 구조자뿐만 아니라 국내 동물보호단체도 마찬가지다. 2011년 4개월령 때 구조됐다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퍼스트 도그' 후보견으로 올랐던 '복남이'는 보호소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미국 시애틀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복남이를 구조하고 입양 보낸 동물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2019년 중대형견을 중심으로 해외 입양을 보낸 이래 지금까지 총 115마리가 해외에서 가족을 만났다고 공개했다. 지난달엔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와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이 지난해 전남 진도군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 59마리를 포함해 믹스견 총 110마리를 캐나다와 미국으로 보냈다.

믹스견, 중대형견을 입양하려는 이들이 적은 것은 국내 주거문화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덩치가 작은 개, 털이 덜 빠지는 품종의 개를 기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작은 덩치인데도 믹스견이라는 이유로 입양이 안 되거나 큰 덩치이고 털이 많이 빠지는 리트리버, 허스키 등 대형 품종견을 실내에서 기르는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보다는 믹스견, 중대형견은 마당에서 또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길러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보호소에서 5년, 10년 가까이 지내던 개들이 해외로 가 한 가정의 반려견으로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다행이다', '잘됐다'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해외로 간 믹스견, 대형견들은 다 실내에서 산다.) 하지만 언제까지 믹스견, 중대형견의 입양을 해외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전문가들은 먼저 유기견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믹스견, 중대형견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중성화 정책을 도입하는 것과 동시에 믹스견, 중대형견은 기르기 어렵다는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없애기 위한 정부, 지자체, 동물단체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더 이상 덩치가 크다고 품종이 없다는 이유로 개들이 한국을 떠나야만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