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했다. 물가가 넉 달 연속 3%대 오름폭을 기록한 건 10여 년 만이다. 서민들의 체감도는 더 크다. 설 연휴를 전후로 커피와 빵, 햄버거 값이 잇따라 올랐고, 칼국수 한 그릇은 1만 원이 됐다. 고추장과 아이스크림 등 가격 인상을 예고한 품목도 한둘이 아니다.
이번 고물가는 전 세계적 현상으로 정부 손 밖에 있다는 점에서 더 우려된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원자재난과 공급망 차질이 지속되고 있는 게 배경으로 지목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 긴축과 금리 인상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내달부터 최소 네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돈줄을 죌 경우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원유와 원자재를 수입 가공한 뒤 수출하는 국가 입장에선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지난달 무역수지는 49억 달러 가까운 적자를 기록,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 두 달 연속 적자도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수출로 번 돈보다 원유나 가스 등을 수입하는 데 쓴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가벼워진 주머니와 이자 부담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 시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1,800조 원이 넘은 가계부채는 경제 전반의 시한 폭탄이다. 주식 시장도 연일 출렁이며 일반투자자들의 신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4.0%)이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였고 지난달 수출도 역대 1월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정치 일정에 휩쓸리지 말고 서민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둔 경제 정책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대비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