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일본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었던 일명 ‘아베 마스크'. 천으로 만든 이 마스크는 세금 낭비 골칫덩어리로 전락, 아직까지도 일본 정가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마스크가 당장 필요한 가정과 보육시설 등에 배포한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만들어진 제품은 어른이 사용하기엔 면적이 너무 작아 썼을 때 보기 이상한 데다, 얇은 가제수건을 겹쳐 만든 것이어서 실제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다.
임산부용 마스크에 곰팡이나 이물이 혼입된 불량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다시 제품 검사를 하는 바람에 배송이 종료되기까지 무려 3개월이 걸렸다. 결국 가정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시중에 마스크 품귀가 해소돼 대부분 성인은 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그나마 가정용은 우체국을 통해 일괄 배송됐지만, 보육시설 등 단체용으로 제작한 마스크는 신청이 저조해 8,000만 장의 재고가 창고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이 지난해 언론 보도로 밝혀졌다. 일본 정부 회계검사원의 2020년도(2020년 4월~2021년 3월) 결산 검사 보고에 따르면 보관 비용이 작년 3월까지 6억 엔에 달했다.
야당으로부터 세금 낭비란 비판이 커지자 ‘듣는 힘’을 강조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 12월 “희망자에게 배포하고 유효 활용을 도모한 후 폐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올해 1월 28일까지 희망자 모집을 진행했는데 의외로 신청자가 쇄도, 약 37만 건이나 요청이 들어왔다. 요청받은 배포 희망 매수를 합치면 2억8,000만 장이나 됐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자신이 회장인 파벌 모임에서 “2억8,000만 장의 희망이 있었다. 더 빨리 (희망자 모집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우쭐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신청자 상당수가 실제 마스크로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 버리느니 차라리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며 신청한 경우가 많아,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은 오히려 실소를 불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또다시 세금 낭비 지적이 나왔다. 3월 초를 목표로 희망자에게 배송한다는데, 무려 10억 엔이 배송비로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소각해 단순 폐기할 경우 비용은 6,000만 엔에 그친다. 오가와 준야 입헌민주당 정조회장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폐기도 하나의 선택사항”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그는 천 마스크에 대해 “우매한 정책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국회 차원의 대응을 주장했다.
많은 국민들은 요청한 사람이 착불로 배송료를 내면 되는데 왜 정부가 세금을 부담하기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일간 겐다이는 “기시다 총리가 (착불로 하면) 희망자가 적어 아베 전 총리가 아쉬워할 것으로 생각한 것 아니냐”라는 비평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