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한 달간 7번이나 미사일을 쏘아 올린 북한이 대외 교류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언뜻 ‘도발’과 ‘개방’이란 상반된 행보로 보이지만, 잦은 무력시위로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인적ㆍ물적 자원을 수혈해 오랜 경제난을 극복하겠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최근 중국과 교역을 일부 재개한 데 이어 러시아와도 교역 회복 문제를 놓고 접촉하고 있다.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2일(현지시간) 신홍철 주러시아 북한대사와 알렉세이 체쿤코프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이 무역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축소됐던 양국 간 무역을 정상화하려는 조치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2020년 1월 국경을 전면 폐쇄한 북한은 2년 만인 지난달 16일 신의주~중국 단둥 지역의 화물열차 운행을 시작했다.
외교관 등 인적 왕래 재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3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감염병 사태 여파로 북한 주재 인력을 철수시켰던 서방국가들과 대사관 정상 운영 시점을 협의 중이다. 스웨덴 외교부 대변인은 VOA에 “가급적 빨리 평양으로 복귀하는 사안을 두고 북측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협력사무소를 운영하는 스위스도 2020년 국경봉쇄로 중단됐던 인도주의 활동을 재개하는 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북한 역시 서방 외교관들이 다시 외국에서 면세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소독 검문소를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 봉쇄 이전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었던 관광업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다. 북한 대외용 월간지 금수강산 2월호는 평양골프장 관광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직원을 양성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그간 접촉 차단으로 일관했던 폐쇄 정책에서 벗어나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겠다는 신호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선진적ㆍ인민적 방역’으로의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더 이상 식량ㆍ물자난을 방치할 수 없는 만큼 통제 위주의 방역 기조를 거두고 교류 확대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물론 북한의 일부 개방 조치를 전면적인 대화 제스처로 받아들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1월 내내 무력시위를 반복한 데서 보듯, 대미ㆍ대남 압박 강도를 높여가며 추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강온 전략’ 성격이 짙다. 외부에 손을 뻗으면서도 도발을 멈추지 않는, 이런 이중적 태도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제재를 막아 줄 ‘차단막’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자신감도 배어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비공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이번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금 북한은 밖으로는 전략무기 개발 단계를 밟고, 안으로는 제약됐던 부분을 단계적으로 열면서 물자 수급을 정상화하는 두 갈래 전략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며 “대화보다 공세와 버티기를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