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 2,600선이 붕괴되는 등 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만일에 대비해 사용할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점검에 나섰다. 코로나19 초기 발병 때처럼 주가가 2,000선 아래로 곤두박질칠 경우엔 외환위기 때 활용했던 '연기금 동원령'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부터 시장 모니터링 단계를 주의로 상향했다. 지난해 말 2,977.65였던 코스피 지수가 지난달 말 2,663.34로 떨어지는 등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자 가동한 비상조치다. 금융위는 컨틴전시플랜을 '정상-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에 맞는 시장 안정 대책을 구비해놓고 있다.
주가 하락이 지속돼 '경계' 단계로 넘어가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같은 소극적인 시장 안정 조치가 우선 검토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때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인데, 과열종목을 지정하면 하락을 제어할 수 있다.
주가가 떨어질 때 증가하는 반대매매를 줄이기 위한 조치도 금융당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다. 반대매매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했을 때 담보로 맡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제도다. 현재는 대출액의 140%를 담보로 둬야 하는데 이 규제를 완화하면 반대매매를 축소할 수 있다.
시장은 주가가 바닥을 쳐 '심각' 단계에 다다를 경우, 금융당국이 '최후의 카드'인 연기금 투입도 불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 시장 큰손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면 주가 하락세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가 폭락에 대응해 연기금을 동원한 적은 외환위기 이후인 2001년 4월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다만 이날 코스피 지수가 40포인트 넘게 반등하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가 연기금 동원이 당장 등판할 시점은 아니다. 또 대내외 금융시장에서 관치금융 비판을 받을 수 있어 금융당국이 20년 전처럼 연기금을 압박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연기금이 금융당국 주문대로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볼 경우 배임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 2012년 당시 금융당국을 이끌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증시 하락에 연기금을 동원하겠다고 공개 발언했으나 실제 추진하진 못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증시 부진 구원투수로 연기금을 활용한다면, 주식 매수를 강제하기보단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저점일 때 주식을 사면 이득을 낼 수 있다는 연기금의 이해관계를 극대화하는 조치다.
금융권이 공동 조성하는 증시안정펀드도 시장 급변 시 쓸 수 있는 대책이다. 이 역시 시장 개입 정책으로 관치금융 논란을 받긴 하나 연기금 동원보단 비판의 강도가 약하다. 증시안정펀드는 코로나19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2020년, 2008년 금융위기 등 위기 때 가동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마련한 컨틴전시플랜에는 연기금을 통한 증시 부양도 당연히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연기금을 예전처럼 동원하기보다 관련 규제를 일부 풀어 주식 매수에 힘을 실어 주는 방식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