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주가 변동성 커지자 비상조치 '만지작'…20년 만의 '연기금 투입'도 거론

입력
2022.02.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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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바닥 치면 연기금 등판할 가능성도
과거처럼 정부 주도의 '동원'은 어려워
"연기금의 주식 매수에 힘 실어 줄 듯"

최근 코스피 2,600선이 붕괴되는 등 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만일에 대비해 사용할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점검에 나섰다. 코로나19 초기 발병 때처럼 주가가 2,000선 아래로 곤두박질칠 경우엔 외환위기 때 활용했던 '연기금 동원령'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증시 떨어지자 비상계획 가동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부터 시장 모니터링 단계를 주의로 상향했다. 지난해 말 2,977.65였던 코스피 지수가 지난달 말 2,663.34로 떨어지는 등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자 가동한 비상조치다. 금융위는 컨틴전시플랜을 '정상-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에 맞는 시장 안정 대책을 구비해놓고 있다.

주가 하락이 지속돼 '경계' 단계로 넘어가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같은 소극적인 시장 안정 조치가 우선 검토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때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인데, 과열종목을 지정하면 하락을 제어할 수 있다.

주가가 떨어질 때 증가하는 반대매매를 줄이기 위한 조치도 금융당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다. 반대매매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했을 때 담보로 맡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제도다. 현재는 대출액의 140%를 담보로 둬야 하는데 이 규제를 완화하면 반대매매를 축소할 수 있다.

시장은 주가가 바닥을 쳐 '심각' 단계에 다다를 경우, 금융당국이 '최후의 카드'인 연기금 투입도 불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 시장 큰손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면 주가 하락세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가 폭락에 대응해 연기금을 동원한 적은 외환위기 이후인 2001년 4월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김석동도 실패한 '연기금 투입' 가능할까

다만 이날 코스피 지수가 40포인트 넘게 반등하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가 연기금 동원이 당장 등판할 시점은 아니다. 또 대내외 금융시장에서 관치금융 비판을 받을 수 있어 금융당국이 20년 전처럼 연기금을 압박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연기금이 금융당국 주문대로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볼 경우 배임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 2012년 당시 금융당국을 이끌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증시 하락에 연기금을 동원하겠다고 공개 발언했으나 실제 추진하진 못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증시 부진 구원투수로 연기금을 활용한다면, 주식 매수를 강제하기보단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저점일 때 주식을 사면 이득을 낼 수 있다는 연기금의 이해관계를 극대화하는 조치다.

금융권이 공동 조성하는 증시안정펀드도 시장 급변 시 쓸 수 있는 대책이다. 이 역시 시장 개입 정책으로 관치금융 논란을 받긴 하나 연기금 동원보단 비판의 강도가 약하다. 증시안정펀드는 코로나19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2020년, 2008년 금융위기 등 위기 때 가동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마련한 컨틴전시플랜에는 연기금을 통한 증시 부양도 당연히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연기금을 예전처럼 동원하기보다 관련 규제를 일부 풀어 주식 매수에 힘을 실어 주는 방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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