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위기에 영남(부울경), 호남(광주전남), 충청(대전세종충청) 등의 인접 도시 간 통합 움직임이 곳곳에서 가시화하는 가운데, 강원에서도 지자체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통합을 추진한 지자체들이 큰 틀에선 뭉쳐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세부 의제에서 '엇박자'를 내는 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3일 강원 원주시와 횡성군에 따르면, 임인년(壬寅年) 시작과 동시에 두 시·군 통합 논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횡성군 고위 관계자는 "설연휴 가족들끼리 모인 자리에 선거, 원주시와의 통합 문제가 화제로 올랐고,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7월에 출범하는 민선 8기 단체장끼리 머리를 맞대고 바로 통합을 논의할 수 있도록 공론화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35만7,000명의 원주시와 4만6,000명의 횡성군이 통합하면 중앙정부를 상대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 반대 목소리는 거의 감지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강원 지자체의 첫 통합 신호탄은 지난달 13일 장신상 횡성군수가 쏘아 올렸다. "공동현안 해결을 위해 특별자치단체 또는 지방자치단체조합 설치를 통한 통합 대응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이 아닌 정책적, 기능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운을 뗀 게 시작이다.
이에 원주시 안팎에선 "주민들의 찬성 등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2030년을 목표로 추진하면 정치권 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나왔다. 지리적으로 맞닿은 동일 생활권의 두 지역이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만큼, 돌파구를 함께 찾자는 제안에 공감한 셈이다. 두 지역은 현재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군 비행장 소음 등의 문제로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두 지자체의 통합론은 2014년 청원군과 통합돼 반도체 공장 증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성공한 충북 청주시의 성공 사례가 최근 다시 거론되면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청주시는 통합 후 인구 증가에 속도가 붙었고, 지난해 말 기준 등록인구 86만 명을 기록했다. 수도권 지차체를 제외하면 가장 인구가 많다.
그러나 통합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부울경이 처음으로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에 나서 전국적 관심을 모았지만, 그 이면엔 의회 구성을 비롯해 통합 청사위치 등을 놓고 복잡하게 얽힌 각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여과없이 노출되고 있는 탓이다.
통합의회 의원 수 배분에서 부산시와 경남도가 '지역별 인구비례 방식'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울산시는 균형발전과 기관 대 기관 역할을 내세워 동일한 의원 수 배분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은 게 대표적이다.
부울경은 최종 3개 시도별 9명씩으로 '특별자치연합회' 구성에 합의했으나, 이번엔 통합 청사 위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리상 중심을 강조하는 경남과 교통 편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울산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3개 시도 단체장과 의회 의장으로 구성된 6자 회담을 통해 청사 위치를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청사 위치 등을 담은 규약 마련이 늦어지면서 사실상 2월 출범은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다음 달 대선과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통합 일정이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창묵 원주시장은 "생활권을 공유한 횡성군과의 통합 논의는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다"면서도 "다음 시정에서 신중하고 면밀하게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