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노력 물거품 될라”… 메달 후보들 코로나 확진에 불안 커진 선수들

입력
2022.02.03 17:20
5면


“하루하루 ‘러시안룰렛’을 하는 기분이다. 올림픽 참가는 운에 맡겨야 한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미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이자 미국팀 기수인 브리트니 보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걸릴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현재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맹렬히 퍼지면서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전 세계 모든 선수단의 최우선 목표는 경쟁 상대를 꺾는 것이 아닌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이다. 지금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지난 4년간 땀 흘렸던 노력이 막판에 허무하게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은 베이징에 가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출발 전 96시간 이내 1회, 72시간 이내 1회, 총 2회 받아 음성 결과가 나와야 비행기에 탈 수 있다. 베이징에 도착해도 코로나19 검사는 계속된다. 올림픽 참가자들은 매일 한 번씩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역 관리에도 올림픽 관계자의 코로나19 감염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집계한 올림픽 구성원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87명이다.

메달권에 있는 주요 선수들도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경기 출전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윤성빈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러시아의 니키타 트레구보프는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졌다.

2021-22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점프 월드컵에서 여섯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올림픽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인 오스트리아의 스키점프 선수 마리타 크라머르도 코로나19 확진으로 동계올림픽 출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세 차례 올림픽에 출전해 금1, 은 2개를 목에 건 미국 여자 봅슬레이 간판 엘라나 마이어스도 베이징 도착 직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대회를 위해 4년간 준비해온 선수들에게 코로나19 확진은 치명타다. 만약 양성 반응이 나오면 그 즉시 격리된다. 유증상자는 지정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무증상자는 격리시설로 이송된다. 증상이 사라지고 코로나19 검사에서 연속 2회 음성 반응이 나와야 경기장에 갈 수 있다. 음성 판정을 받고 격리를 마치면 대회 참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사이 자신의 종목 경기가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하더라도 격리돼 있는 동안 정상적인 훈련이 쉽지 않아 선수의 컨디션 관리에 악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훈련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고, 자신으로 인해 동료와 선수단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 때문이다. 폴란드의 루지 대표인 에밀리 스위니는 “매일 전해지는 선수 확진 소식이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김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