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추가 배치 논란이 놓친 것

입력
2022.0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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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중국에 출장 왔을 때다. 미중 관계에 정통한 교수가 사드 배치의 부당성을 장황하게 지적했다. 듣기 거북해 '중국이 산둥반도에 배치한 S400은 정당한가'라고 되물었다.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무기다. 레이더로 한반도 전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짐짓 모른 체하는 그에게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지난달 22일 중국 포털 바이두에 사드라는 단어가 여럿 눈에 띄었다. 미국 기사를 발 빠르게 인용해 아랍에미리트에서 첫 실전 요격에 성공한 소식을 전했다. 한국 언론이 같은 내용을 다룬 건 이틀 후였다. 사드에 다시 관심이 쏠리자 26일 한 매체는 “최신 5세대 S400을 추가로 들여왔다”며 “미국의 군사위협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성경과 농심 라면은 안돼요.” 3년 전 베이징에 보낼 이삿짐을 쌀 때 운송업체에서 신신당부한 말이다. 성경은 중국 체제에 민감한 종교문제라 그러려니 했다. 애먼 라면은 무슨 죄가 있나 싶었다. 한국 특정기업을 사드 갈등의 볼모로 잡은 속 좁은 처사다.

중국은 2014년 7월 정상회담에서 사드 경고장을 꺼냈다.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마지막으로 찾았을 때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의 한국 전개를 요청했다”고 공개한 지 한 달 만에 시 주석이 직접 나섰다. 하지만 2년 뒤 성주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후 기약 없는 ‘한한령’의 혹한기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국방비는 한국의 최소 4배가 넘는다. 국내총생산(GDP)은 광둥성과 장쑤성만 떼놓아도 한국보다 많거나 맞먹을 정도다. 걸핏하면 안보를 이유로 사드에 시비를 거는 건 군색한 일이다. 반면 화성-12형 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북한의 위협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한국 대선이 임박하면서 사드 추가 배치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은 지난해 주한 대사가 '민주주의 꽃'인 선거 과정의 사드 발언을 대놓고 반박한 전례가 있다. 국민의 주권 행사가 만만하게 비쳐서는 곤란하다. 원칙 없이 중국에 뒤늦게 양해를 구하려다 된서리 맞은 6년 전 사드 '3NO'의 굴욕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