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도 진출한 K9 자주포… '베스트셀러' 된 비결은

입력
2022.02.03 08:00
우수한 가성비+맞춤형 수출전략

국산 명품 K9 자주포가 10년 넘게 공들인 이집트 시장을 기어코 뚫었다. 국산 무기체계가 아프리카 시장 판로를 개척한 첫 사례다.

2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는 1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현지 국방부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에 최종 서명했다. 계약 규모는 2조 원으로 역대 최대이며, 이집트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K9을 운용하는 세계 9번째 국가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21일 이집트를 국빈방문하면서 계약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불발되자 이집트 진출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집트 측이 막판 우리가 제시한 최종안을 전면 수용했다. K9 성능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의미다.

K9 자주포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삼성테크윈(한화디펜스 전신)이 1998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1,000마력의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시속 67㎞로 달리며 분당 최대 6발까지 발사할 수 있다. 유효 사거리는 40㎞다. 독일의 팬저하우비츠(PZH2000)와 함께 40㎞ 넘게 날아가는 유일한 자주포지만 고가인 독일제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지금까지 600문을 수출(점유율 50%)할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최근엔 신형 포탄이 개발돼 사거리를 54㎞까지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K9을 세계적 명품 반열에 오르게 한 일등 공신은 ‘맞춤형 수출 전략’이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단순한 무기 수출이 아니라 상대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요구 성능에 부합하는 전략을 짠 것이 주효했다”며 “이집트뿐 아니라 터키와 인도, 호주도 상대국 요구에 따라 현지생산 방식으로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K9 자주포 별칭은 ‘천둥’인데 각국 특색에 맞는 이름을 따로 붙인 것이 단적인 예다. 지난해 12월 계약이 성사된 호주 육군이 운용할 K9의 별칭은 ‘덩치가 큰 거미’라는 뜻의 ‘헌츠맨’(Huntsman)이었고, 2017년 핀란드에 수출된 K9은 북유럽 전통 무기 중 하나인 슬레지 해머를 의미하는 ‘무카리’로 명명됐다.

설 연휴에 날아온 낭보에 문 대통령은 “이제는 무기를 일방적으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국과의 기술 협력과 현지생산을 통해 서로 이득이 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양국 상생 협력의 모범적인 사례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