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원 시장 놓칠 수 없다"... 메타버스에 진심인 빅테크들

입력
2022.02.03 04:30
11면
메타버스 핵심 콘텐츠로 떠오른 게임
서비스·플랫폼 선점 경쟁도 치열
SNS 출시한 메타, AR 안경 투자한 애플

새해 벽두부터 정보기술(IT) 업계에 초대형 인수·합병(M&A)이 한창이다. 지난 18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3조 원)에 흡수한 데 이어 소니는 게임 개발업체 번지를 36억 달러(약 4조3,500억 원)에 품었다. 뒤를 이어선 'GTA'와 '문명' 시리즈로 잘 알려진 게임업체 테이크투 인터랙티브가 모바일 게엄사인 징가를 128억 달러(약 15조2,000억 원)에 사들였다. 최근 1개월 사이, 게임업계에서만 3차례의 '조 단위' M&A가 경쟁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통 큰 릴레이 투자가 활발하다.

나델라 MS CEO "게임은 메타버스에서 핵심 역할"

메타버스의 핵심은 현실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구현하면서 가상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데에 있다. 이에 따라 가상·증강현실(VR·AR)과 같은 기술을 접목한 기기와 함께 이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시장도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하면서 “게임은 가장 역동적이면서 흥미로운 플랫폼일 뿐 아니라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메타버스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라고 표현했다.

소니 역시 지난달 초 열렸던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2'에서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플레이스테이션(PS) VR2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앞으로 메타버스 게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장악한 자, 미래 IT 시장 주도할 것"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빅테크 간 경쟁은 이미 불을 뿜고 있다.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는 사명까지 바꿔가면서 메타버스 경쟁에 합류했다. 지난해 출시한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는 전 세계 출하량 1,000만 대를 돌파하면서 메타버스를 가장 잘 구현하는 기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들어선 게임이나 음악 감상, 파티 등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메타버스 SNS '호라이즌 월드'도 출시했다.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메타는 지난해에만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쏟아부었다.

MS는 게임뿐 아니라 기업용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에도 올인하고 있다.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해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에지컴퓨팅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MS가 이를 패키지로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애플 역시 메타버스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팀 쿡 애플 CEO는 "메타버스가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AR 기기에 투자하고 있다"며 "자사의 AR 개발자 플랫폼인 'AR키트'를 사용해 설계한 1만4,000개의 응용 프로그램(앱)이 앱스토어에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에 이날 애플의 주가는 무려 8%나 올랐다.

업계에선 스마트폰 시대에 플랫폼을 장악한 구글과 애플이 현재 세계 최대 IT 업체로 성장한 것처럼 향후엔 메타버스 플랫폼을 장악한 업체가 글로벌 IT 업계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이머젠 리서치는 2028년까지 메타버스 관련 시장이 8,290억 달러(약 1,00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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