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대 몇!"
KBS 간판 예능 '가족오락관'을 25년 동안 진행해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은 방송인 허참(본명 이상용)이 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허참의 지인은 이날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허참이 간암으로 투병하다 이날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허참은 2008년 대장 선종을 발견하고 수술을 받았다. 당시 발견된 선종은 간으로 전이되기 직전이었다. 당시 선종을 떼어낸 이후 허참은 직접 기른 채소로 건강관리를 해왔으나, 이후 다시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허참은 1971년 동양방송 '7대 가수쇼'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정확한 발음과 호쾌한 목소리 그리고 화려한 입담으로 '쇼쇼쇼', '도전 주부가요스타', '가요청백전', '올스타 청백전' 등의 진행을 맡아 '국민 MC'로 불렸다. 허참은 1984년 4월부터 2009년 4월 최종회까지 '가족오락관'을 쉬지 않고 이끌었다. 허참이 자리를 비운 시간은 1980년대 중반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딱 1주일 밖에 없었다. 이 공로를 인정 받아 허참은 2006년 KBS 연예대상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방송인 김성주는 "허참을 보고 MC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허참은 '가족 오락관' 종방 후 SBS '트로트 팔도강산', 경인방송 '8도 노래자랑', 엠넷 '골든 힛트송' 등에서 진행을 이어왔다. 2003년엔 노래 '추억의 여자'를 발표하고 무대에 올라 노래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KBS '불후의 명곡- 전설의 명MC 특집'에 출연, 오랜만에 시청자와 만났다.
허참의 재치는 유명했다. 허참은 유명 라디오 DJ였던 이종환이 서울 종로에서 운영하던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에서 무대에 우연히 올랐다. 이종환이 "이름이 뭐냐"고 묻자 허참은 "기억이 안 난다"고 농담했다. 그때 이종환이 "허 참, 자기 이름도 기억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자, 허참은 "제 이름이 바로 허참"이라고 답한 건 방송가에 알려진 유명한 일화다. 예명 허참도 이때 정해졌다.
방송가의 큰 기둥이 무너지자 후배 방송인들의 추모도 잇따랐다. 허참과 '가족오락관'에서 6년 동안 호흡을 맞춘 KBS 아나운서 출신 손미나 여행작가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방송진행자의 모범적인 모습을 몸소 보여주신 제 롤모델"이라며 "25년 이상 매주 같은 방송을 진행하면서도 늘 제일 먼저 도착해 대본 준비를 하는 철저하고 겸손하고 성실한 프로였고, 후배나 말단 스태프들까지도 깍듯함과 존중으로 대하시던 인품의 소유자이며, 나이와 상관없이 청년의 영혼과 순수함을 지니셨던 분"이라고 애도했다. tvN '나이거참'에서 허참과 함께 출연한 KBS 아나운서 출신 오정연은 "연세가 있으셔서 어딜 가나 어른이신데도 무게를 잡지 않고, 오히려 후배들을 배려하셨다"며 "처음 연기를 하게되자 연기자가 참고하면 좋은 책이라며 선물로 갖다주시고, 혹 힘들더라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즐겁게 하라고 격려해주신 기억도 생생하다"고 추모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