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 자주 먹고, 다이어트 오래 하다간 '담석증' 고통

입력
2022.01.31 17:52

담즙(쓸개즙)은 지방의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간에서 매일 1L 정도 만들어지며 담관(담도)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배출된다. 담즙은 물처럼 순수한 액체로 이뤄져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담관이나 담즙 저장소 역할을 하는 담낭(쓸개)에 찌거기가 생기고 뭉쳐지면 단단한 담석(膽石ㆍcholelithiasis)이 생길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담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58% 늘었다(2015년 13만6,774명→2019년 21만6,325명).

송태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석은 요로결석과 달리 물을 많이 마신다고 몸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는다”며 “멸치·시금치·우유 등 칼슘이 풍부한 음식이나 칼슘제를 먹는다고 잘 생기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비만·다이어트·간흡충ㆍ야식· 여성호르몬 복용 등 원인

담석은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담낭 담석과 간 내·간 외 담관 담석으로 구분한다. 담낭 담석은 서양에서 성인 10명 중 1명꼴로 발견된다. 우리도 비슷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담석은 화학적 성분에 따라 콜레스테롤 담석(콜레스테롤 함유량 70% 이상)과 색소성 담석으로 나뉜다. 콜레스테롤 담석은 비만이거나 여성호르몬 제제 복용자, 다산(多産) 여성, 금식을 오래 하거나 체중을 갑자기 크게 줄어들면 생기기 쉽다.

색소성 담석 가운데 흑색석은 만성 간질 환자나 용혈성 혈액 질환자에게 흔히 나타난다. 갈색석은 기생충(간흡충)ㆍ담관 세균 감염이나 담관 협착에 의한 담즙 정체 등과 관계가 깊다.

천영국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다이어트나 장기간 금식 등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도 담낭에서 담즙을 배출하는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면서 담석이 생기기 쉽다”고 했다.

천 교수는 또한 “변비가 심한 사람은 대변에 담즙산이 잡혀 소장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대변과 함께 배출돼 간 내 담즙산이 떨어져 담석이 생기기 쉽다”고 했다.

야식도 원인으로 꼽힌다. 잠자는 동안 음식이 위 내에 오래 머물면서 담즙 배출을 자극, 담도 내 담즙의 양이 많아지고, 더불어 담즙 내 콜레스테롤 배출이 많아지면서 담석이 발생할 수 있다.

◇급체ㆍ위경련ㆍ복통 30~60분 정도 발생

담석이 생기더라도 대부분은 증상이 없다. 증상이 나타나면 가장 흔한 것이 복통이다. 흔히 급체했거나 위경련이 생긴 것 같다고 표현한다.

명치 부위에서 주로 발생하고 30~60분 정도 지속되다 가라앉는다. 통증이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이나 어깨·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

고지방 음식을 먹거나 과식한 뒤 한밤중이나 새벽에 잘 발생한다. 증상은 반복될 확률이 높다. 자주 체하는데 위장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담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담낭 담석에 의한 통증은 수시간 안에 가라앉을 때가 많지만 담낭 내 염증이 심해져 급성 담낭염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담관 담석은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나가지 못하게 담관을 막아 황달과 간 기능장애, 심한 복통과 열을 동반한 급성 담관염을 잘 일으킨다. 심하면 췌관 입구까지 손상시켜 급성 췌장염이 생길 수 있다.

담낭 담석을 치료하려면 담낭과 담석을 모두 제거하는 담낭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복강경으로 수술해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에 담석 이외에 담낭 용종·선근종 같은 담낭 질환이 없는지를 고려해 치료법을 정해야 한다.


◇3㎝ 이상 담낭 담석 방치하면 담낭암 위험

담낭 담석이 생긴 사람은 많지만 담낭암으로 악화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담낭에 작은 담석이 생기더라도 증상이 없으면 암 예방 차원에서 담낭을 절제하지는 않는다

반면 담낭벽이 석회화되면 담낭암이 잘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3㎝ 이상의 큰 담낭 담석을 방치하면 담낭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담낭암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담낭 담석을 앓고 있다.

민물고기를 익히지 않고 먹으면 간흡충(간디스토마) 감염으로 간 내 담관 담석이 생기기 쉽다. 간흡충증은 담관암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천영국 교수는 “간 내 담석은 치료가 쉽지 않고, 간 내 담석 환자의 2.4~10%에서 담관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담도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데, 간흡충이 주원인”이라고 했다.

간 내 담도에 기생하는 간흡충은 죽더라도 간 내 담관에서 잘 빠져 나오지 않는데, 간흡충 사체에 콜레스테롤과 빌리루빈, 칼슘 등이 붙어 담석이 생길 수 있다.

◇약물·내시경·복강경 수술로 치료

담석 진단은 초음파검사를 이용한다. 간 안쪽이나 담도 담석으로 초음파검사로 확인이 어려워 내시경 검사를 하며 자기공명영상(MRI)으로도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약물 치료와 내시경 시술, 복강경 수술로 시행한다. 대표적인 약은 ‘UDCA(Ursodeocycholic acid)’다. 웅담의 주성분으로 담석을 녹인다. 모래처럼 담석의 크기가 작거나 담낭에 염증이 없으면 시행한다. 연구 결과, 평균 한 달에 1㎜ 정도 담석이 줄어들며 6개월 이상 복용하면 30% 정도가 완전히 없어진다.

천영국 교수는 “UDCA 약제는 복용을 중단하면 1년 내 10~30%가 재발한다”며 “담낭의 운동성 저하로 담석이 생긴 것으로 복용을 중단하면 재발한다”고 했다.

또 다른 약은 ‘르와콜’이다. 천영국 교수는 “올리브 기름 중 일부 성분이 담석을 녹이는 성분이 있는데, 이를 농축시킨 약”이라며 “담즙 생성과 분비를 촉진하고, 담즙 내 콜레스테롤 성분을 녹인다”고 했다.

내시경 치료는 담관에 위치한 2㎝ 이하 담석일 때 시행한다. 내시경을 입을 통해 십이지장까지 삽입하면 담즙이 배출되는 구멍(유두 개구부)가 나오는 데, 이를 통해 담관에 있는 담석을 바스켓으로 빼내는 시술이다. 2㎝ 이상의 담석은 담도 내 레이저 또는 전기수압쇄석술, 바스켓을 이용해 담석을 잘게 부순 후 제거한다.

간 내 담관 담석도 내시경 치료가 가능하다. 천영국 교수는 "간 내 담석 치료에서 십이지장내시경으로 치료가 어려우면 내시경을 직접 담도 안에 넣어 레이저로 담석을 쇄석 후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담낭 안에 생긴 담석은 담낭 전체를 떼어 내는 것이 현재 유일한 치료법이다.

담석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규칙적인 식사다. 담낭이 규칙적으로 담즙을 분비하도록 운동시키는 것이다. 지방질이 많은 음식 섭취를 줄이고, 음식 조리 시 기름도 적게 쓰는 게 좋다. 특히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

천영국 교수는 “오징어ㆍ문어ㆍ새우를 비롯해 버터ㆍ마가린에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며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은 주의하고, 불포화지방이 많은 고등어ㆍ명태ㆍ팥이나 콩ㆍ견과류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카페인을 함유한 커피와 탄산음료 등은 소장에서 담즙산을 다시 흡수하는 데 장애를 줄 수 있기에 가급적 삼가고, 식물성 섬유소는 장간 순환을 돕는 만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적절한 운동과 체중 조절은 담석, 특히 콜레스테롤 담석 예방에 도움된다. 담석으로 고생하면 지나치게 음식을 조심하는데 그러다간 영향 불균형을 초래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이 담석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