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흑호(黑虎)의 해를 맞은 중국은 '검은 호랑이'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임인년 춘절(1월 31일~2월 6일) 연휴를 즐기고 있다. 각종 동물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 와중에도 검은 줄이 선명한 호랑이를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리는 한편, 중국 정부는 한국인들에겐 ‘백두산 호랑이’로 알려진 ‘시베리아 호랑이’의 새 종주국을 자처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CCTV는 앞서 31일 “호랑이 관람이 춘절 연휴 기간 중국인들의 새로운 여행 방식이 되고 있다”며 “많은 관광객들이 호랑이의 해를 맞아 동물원에 모여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베리아 호랑이와 뱅갈 호랑이 등 150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윈난성 야생공원에만 연휴 기간 하루 약 3,000명의 관람객이 마스크를 쓴 채 호랑이를 보기 위해 모여들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의 구정에 해당하는 중국의 올해 춘절은 사실상 호랑이 축제로 짜여졌다. 베이징 국가박물관은 춘절 연휴를 앞두고 호랑이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개최했고, 산둥성 지난시는 호랑이 얼굴 형상의 대규모 등불을 시내에 설치해 ‘호랑이 춘절’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심지어 난퉁시에선 방 안에서 투명 유리창을 통해 공원내 서식하는 호랑이를 볼 수 있는 독특한 호텔방까지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한술 더 떠 멸종 위기종인 시베리아 호랑이의 대표적 서식지로서 면모를 한껏 부각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7일 특집 기사를 통해 “야생 시베리아 호랑이가 중국에서 점점 더 자주 포착되고 있다”며 “2015년 이후 중국 야생 지역에서 최소 27마리의 시베리아 호랑이와 42마리의 시베리아 표범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600여 마리의 시베리아 호랑이 가운데 90%는 러시아에, 나머지 10%가 중국 야생 지역에 서식”(펑 리민 베이징사범대 교수)하는데, 중국 정부의 노력 덕분에 중국 내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식 학명이 아무르 호랑이인 시베리아 호랑이는 한국에선 ‘백두산 호랑이’, 중국에선 ‘둥베이(동북) 호랑이’로 불린다. 100여 년 전까지 시베리아 아무르강 유역과 만주, 한반도 등이 주요 서식지로 꼽혔다. 이후 한국에선 자취를 감춘 반면 중국 헤이룽장성을 서식지로 삼고 있는 개체 수는 최근 수년 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시베리아 호랑이 보호를 위해 지난 수년 간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2017년부터 지린·헤이룽장성에 서울 면적의 23배에 달하는 1만4,000㎢규모의 산림 대지를 시베리아 호랑이·표범 서식지로 시범 운영해왔다. 글로벌타임스는 “(시범 운영 결과) 현지 먹이사슬이 급속도로 회복되며 새끼 시베리아 호랑이 생존율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윈난성 쿤밍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이 공원을 국립공원으로 공식 지정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4년간 시범 운영한 결과 해당 지역 호랑이 개체 수가 27마리에서 50마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19년 러시아와 호랑이 보호를 위한 3개년 공동 계획에 서명하는 한편 세계자연기금(WWF)과의 시베리아 호랑이 서식지 공동 순찰에 나서는 등의 국제사회와의 협력 수준도 높여가고 있다.
중국발(發) 시베리아 호랑이 확산에 대한 학계의 우려도 없지 않다. 장광순 동북임업대학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을 통해 “중국 동북부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 호랑이들 간 근친 교배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동북부 지역에서 발견된 호랑이 배설물 150개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시베리아 호랑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서로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고, 근친교배가 이뤄진 개체일수록 병원성 세균을 더 많이 보유했다는 것이다.
애당초 제한된 공간에서 적은 개체 사이에서 야생하다 보니, ‘유전적 다양성이 결여된 번식’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