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반대했다가 강제 퇴역당한 존 싱글러브 전 유엔사 참모장(예비역 소장)이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한미 동맹에 기여한 공로로 2016년 제4회 백선엽 한ㆍ미동맹상을 수상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군 전문 사이트인 ‘샌드박스’는 ‘전설적인 특공대원’이었던 싱글러브 전 참모장이 전날 오전 7시 미국 테네시주(州)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고인은 1943년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육군 소위로 임관해 ‘그린베레’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육군특전사의 전신인 OSS(전략사무국)와 중앙정보국(CIA)에서 근무했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건 1949년 설치된 CIA 서울지부에서 일하면서부터다. 6ㆍ25전쟁 당시에는 김화지구 전투 대대장으로 직접 참전하기도 했다.
고인은 유엔사 참모장으로 복무 중이던 1977년 카터 대통령이 당시 박정희 정권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자, 일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의 길로 유도하는 오판”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미 국방부는 그를 유엔사 참모장 자리에서 해임한 뒤 본국으로 소환했고, 고인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군을 떠나야 했다.
전인범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싱글러브 전 참모장 별세 소식을 전하며 고인과 한국의 인연을 소개했다. 전 전 사령관에 따르면 고인은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한 이유에 대해 “유엔사령부 소속으로 한국 방어를 책임지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면서 “카터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했다면 누군가는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