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발사한 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800㎞, 최대 고도 약 2,000㎞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IRBM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무력시위 수위가 점차 높아감에 따라, 북한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선언이 곧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 52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상으로 고각으로 발사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800㎞, 고도는 약 2,000㎞로 탐지했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의 고도는 올해 북한이 발사한 것 중 가장 높았다. 북한이 27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 비행거리는 약 190㎞, 최대 고도는 약 20㎞로 탐지됐다. 17일 발사한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의 비행거리는 약 380㎞, 최대 고도는 약 42㎞였다. 11일 발사된 극초음속미사일의 경우, 북한 발표에 의하면 비행거리가 약 1000㎞, 최대 고도는 약 60㎞였다.
이번에 합참이 공개한 미사일의 비행 제원은 북한이 2017년 발사한 IRBM인 화성-12형과 유사하다. 북한은 2017년 5월 고각 발사 방식으로 화성-12형을 발사했는데, 비행거리는 787㎞, 최대 고도는 2,111㎞였다.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는 약 4,500㎞로 추정된다.
연일 도발 강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지도 주목된다.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조성된 평화 분위기 속에서 2018년 4월 핵 실험장 폐기와 핵 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했으나, 지난 19일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조선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중지해온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점차 늘려간 2017년과 유사하다. 북한은 2017년 2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인 '북극성-2형'을 발사한 후, 2017년 4월에서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화성-12형을 발사했다. ICBM인 화성-14형은 같은 해 7월 2차례, 화성-15형은 같은 해 11월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고 "2017년도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앞선 6차례의 미사일 발사에서 쓰지 않았던 '규탄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날 NSC 상임위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요구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도전으로서 이를 규탄한다"며 "모라토리움을 유지하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의 길로 조속히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