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선 마타렐라 대통령 재선… 원칙·개혁파 헌법학자

입력
2022.01.30 09:46

이탈리아 대선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80) 현 대통령이 재선됐다. 전임인 조르조 나폴리타노(96) 전 대통령에 이어 이탈리아 헌정 사상 두번째 재선 대통령인 그는 헌법학자 출신으로, 원칙을 지키는 개혁파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29일 오후(현지시간) 실시된 대선 8차 투표에서 과반인 759표를 얻어 당선됐다. 투표에는 헌법에 규정된 대의원 1,009명 가운데 983명이 참여했다. 과반 기준은 505표다.

시칠리아 태생으로 법학자이자 변호사 출신인 마타렐라 대통령은 1983년 기독교민주당 소속으로 하원선거에서 당선된 뒤 2008년까지 7선 의원을 지냈다. 총리를 포함해 의회관계·교육·국방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2008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서 야인으로 지내다 나폴리타노 대통령 재임 때인 2011년 10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됐고, 이어 2015년 1월 대선에서 헌정 열두 번째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유럽중앙은행 총재(ECB) 출신인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지난해 1월 연립정부 내 갈등으로 주세페 콘테 내각이 붕괴하자 그가 정국 위기 타개를 위해 지명한 인물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연임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정치권에서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지난 24일 시작된 대선 1~7차 투표에서 주요 정당 소속 대의원들이 백지 투표ㆍ기권 등을 낸 끝에 주요 정당이 마타렐라의 재임에 합의했다. 이에 마타렐라 대통령도 "국가가 필요로 한다면 대통령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며 사실상 이를 수락했다.

그는 1980년 1월 당시 시칠리아 주지사이던 형 피에르산티 마타렐라가 지역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 조직원의 총격으로 사망한 뒤 정치에 입문했다. 의회관계장관(1987∼1989)으로 있을 때는 의회의 오랜 관행이던 비밀 투표를 없앴고, 국방장관 재임 때는 징병제 폐지(1999∼2001) 등 정치개혁을 일궈냈다. 2011년 10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선출되며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2015년 1월 대통령에 당선되며 정치 이력의 정점을 찍었다.

이탈리아는 올해 총선을 앞두고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정당간 경쟁이 한층 격화해 그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탈리아 대통령은 다른 의원내각제 국가와 마찬가지로 평시에는 상징적인 국가 원수 역할에 머물지만, 연정 붕괴 등 정국 위기 때는 총리 후보자 지명, 의회 해산, 신임 내각 승인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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