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환자의 80%가 간경변 앓아

입력
2022.01.29 08:40
매년 초음파·혈액검사로 간 질환 조기 발견해야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바이러스ㆍ술ㆍ지방ㆍ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70~80%가 파괴돼도 거의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한간암학회는 매년 2월 2일은 '간암의 날'로 정해 간암 위험성과 간암 검진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2월 2일로 정한 것은 1년에 두 번, 두 가지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 간암을 초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자는 뜻을 담았다. 2가지 검사는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 알파 태아 단백 검사(혈액검사)다.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2019년 간암 신규 환자는 1만5,605명으로 전체 암 발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였다. 성별로는 2.9대 1로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간암의 최근 5년간(2015~2019) 상대 생존율(일반인과 비교한 생존율)은 37.7%로 여전히 낮다. 게다가 간암은 한참 경제활동을 하는 40~50대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

윤영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간암은 대부분 위험 요소가 있는 사람에게 발생하므로 예방과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며 “BㆍC형 간염 또는 알코올성 간 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이들이 당뇨병이나 비만 등 대사질환을 동시에 앓으면 적절한 운동과 체중 조절로 암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간암은 간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간세포암, 담관암, 전이성 간암, 혈관육종 등이 있다. 보통 간암이라고 하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간세포암을 지칭한다.

간암의 주요 위험 인자는 B형 간염 바이러스(72%), C형 간염 바이러스(12%), 알코올(9%) 등이다. 약물, 비만, 자가면역 등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간경변증(간경화)도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준다. 간암 환자의 80%에서 간경변증을 앓는다.

간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고, 암 크기가 커지면서 피로감ㆍ쇠약감ㆍ황달이 발생한다. 우측 갈빗대 부위에 통증을 느끼게 될 정도면 간암이 한참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초기 간암의 경우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간절제술, 고주파 열 치료, 간이식이 있다. 간암이 많이 진행돼 간 절제, 간이식, 고주파 열 치료 등을 시행할 수 없으면 간 암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약물을 주입해 혈관을 막는 화학색전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시행한다.

윤 교수는 “최근 면역 항암제 등이 개발돼 일부 환자에게 희망이 되고 있지만 아직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간암이 많이 진행됐다고 해도 치료를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간암은 재발이 흔하다. 간 절제나 고주파 열 치료 후에도 남은 경화된 간에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따라서 간암의 가장 완벽한 치료는 경화된 간을 모두 제거하고 새로운 간으로 바꾸는 간이식이다.

간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BㆍC형 간염 예방이 중요하다.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C형 간염은 주사침은 1회 사용, 부적절한 성 접촉 피하기, 문신이나 피어싱 등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 주의, 손톱깎이나 면도기 공동 사용 금지 등이 주요 예방 수칙이다.

그리고 건강검진으로 BㆍC형 간염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형 간염은 6년 전까지만 해도 바이러스 유전자형(1~6형)에 따라 6개월~1년 동안 치료해도 50%밖에 완치되지 못했다. 주사제와 ‘리바비린’이라는 먹는 약(항바이러스제)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인데, 약물 부작용까지 생겨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많았다.

그런데 짧은 기간에 완치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DAAㆍDirect-acting Antiviral Agents)가 개발돼 건강보험 적용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모든 C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자형(1~6형)을 치료할 수 있는 약(마비렛)도 나왔다. 8~12주 동안 하루에 한 번 약을 먹으면 98% 이상 완치될 수 있다. 심재준 철원병원 부원장(대한간학회 전 홍보이사)은 “C형 간염 치료제 발달로 거의 완치될 수 있게 됐지만, 진단 후 치료받는 비율은 60%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