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86 용퇴론’의 물꼬를 트는 듯했으나 소속 의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우상호 의원 외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이들이 나흘째 아무도 없다. 송 대표는 정권교체론을 넘어서기 위해 인적 쇄신을 통한 정치교체론에 힘을 실었으나 허울뿐인 말잔치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는 송 대표의 쇄신안을 받아 지역구 4선 연임 금지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정치개혁 관련 7개 법안을 27일 발의했다. 30대의 초선 장경태 위원장이 일단 세대교체의 시동을 건 셈이다. 민주당 현역 의원 중 3선 이상 다선은 43명이며 동일 지역구에서 3번 연속 당선된 의원도 최소 16명이다. 법안 취지에 동의한다면 상당수 다선 의원들이 자진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세대교체 분위기를 띄워야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셈이다.
‘86 용퇴론’을 제기했던 86세대 김종민 의원은 “낡은 기득권 제도를 용퇴시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말을 주워 담았다. 당내에서 “차라리 말을 말든지”라는 핀잔이 나왔다. 오죽 답답했으면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이 “말을 꺼내셨으면 실행하셔야죠!. 이런 정치를 물려주실 겁니까”라고 호소할까. 아예 초선 의원 40명은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86 의원들의 용퇴 결단을 공개 압박했다.
따지고 보면 '86 용퇴론'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은 민주당이 86 정치인을 대체할 젊은 대안을 키우지 못한 탓도 크다. 이를테면 초선인 김용민 최고위원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징역 4년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후 “재판운, 판사운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대법원 판결을 ‘운’으로 치부한 것만 봐도 민주당 초선을 누가 대안으로 보겠나. 민주당 초선들은 '조국의 강'조차 넘지 못하고 있으니 세대교체가 무망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