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소비 투자 등 지난해 3대 실물지표가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과 비교해 일제히 상승하는 ‘트리플 증가’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코로나19로 2020년 생산이 1.2% 감소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지만, 2010년 이래 11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도 각각 5.5%, 9.0% 증가했다. 이들 3대 지표가 동시에 증가한 것은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실물지표 트리플 상승은 최근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 4.0%의 구체적 실체이기도 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성장을 견인한 부문은 전년 대비 9%나 성장한 수출이다. 2020년 1.8% 감소했던 수출이 크게 반등하면서 제조업생산 7.1%, 광공업 생산이 6.9% 성장한 게 전산업생산 반등을 이끌었다. 제조업에서는 강력한 수출 회복세를 구가하며 29.7% 성장한 반도체, 4.6% 성장한 자동차 등 수출 주력 부문이 반등의 주역이다.
5.5% 성장한 소매판매는 전년에 마이너스 5.0% 성장했던 민간소비가 3.6% 성장으로 돌아선 덕이 컸다. 5차에 걸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 모빌리티 정보통신기술(ICT) 등에 걸친 대기업 투자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설비투자는 2020년과 지난해 각각 7.1%, 8.3% 성장하는 견고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지표경기의 실체다. 산업과 경기가 양극화하고, 대기업과 수출의 생산 기여 비중이 높아지면서, 거시지표만으로는 국민경제의 실체가 적확하게 드러나지 못하게 됐다. 실제로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이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악화한 ‘골목경기’의 참담한 사정을 감안할 때, 지표경기는 대다수 국민으로서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위기에 강한 한국경제를 입증했다”며 손뼉을 쳤지만, 우울한 세밑을 맞은 민생 현실을 생각하면 그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