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순항·지대지 '동시 성공', 김정은 군수공장 시찰 동시 공개한 이유

입력
2022.01.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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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올해 들어 다른 기종의 '미사일 섞어 쏘기'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동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장 시찰에 나선 것을 보도하면서 한미 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국방과학원이 전날 지대지전술유도탄 2발과 25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의 시험발사가 각각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지난해 9월 발사 때보다 300㎞가 늘어난 1,800㎞였고, 지대지전술유도탄은 탄두가 변형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으로 파악됐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발사한 두 기종의 미사일이 해상 표적을 타격하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대내외에 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통신은 "상용전투부(탄두부)의 폭발위력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됐다는 것이 확증됐다"고 밝혔다. 개량형 탄두부 위력 검증에 목적을 뒀다는 의미로 파괴력을 더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고온과 고열, 고압 충격파로 표적을 파괴하는 특성을 가진 '열압력탄' 개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제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날 합동참모본부는 비행거리 약 190㎞, 고도는 20㎞가량으로 탐지됐다고 밝혔다. 그간 북한이 쏜 KN-23 중 가장 낮은 각도다.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도 늘어났다. 북한은 순항미사일이 동해 위로 설정된 궤도를 따라 9,137초(2시간 35분 17초)를 비행해 1,800㎞ 밖의 목표를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11, 12일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기록한 1,500㎞보다 멀리 나갔다.

북한의 의도는 한미를 동시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섞어 쏠 경우 한미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최저 요격고도는 50㎞로, 비행고도 20㎞를 기록한 KN-23 요격은 보다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파괴력은 작아도 방향을 자유롭게 바꾸기 때문에 탐지가 쉽지 않다. 북한 당국이 "실용적 전투적 성능은 전쟁 억제력 강화의 일익을 맡을 것"이라고 평가한 배경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최저고도 발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전투고도 이하로 비행하면서 탐지를 회피하고 요격망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김 위원장의 군수공장 방문도 함께 전했다. 북한의 무력증강 의도에 쐐기를 박고 대미 압박을 강화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군수정책과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총돌격전에 한사람같이 떨쳐 일어나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군사력 증강을 통한 '강 대 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통신은 또 "미 제국주의자들의 도전을 담대한 배짱으로 짓밟아 버린다"면서 군수공장 시찰이 미국을 겨냥했음을 분명히 했다.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김여정 부부장이 동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의 군수공장 시찰 사진에는 공장 관계자들의 얼굴이 모자이크로 처리됐다. 미국이 최근 북한 무기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독자제재를 가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미국은 11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후 중국과 러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북한 인사 6명을 제재명단에 올린 바 있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 무기체계 주요 개발인력에 대한 신상 노출을 막고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