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에서 성소수자 교인을 거부하거나 죄인으로 취급하지 않고 환대하는 목회·선교 안내서가 출판된다. 국내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연합기관 가운데 하나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정의·평화위원회가 지난 2020년 시작한 논의의 결과물이다. NCCK에 참여하는 보수적 교단들의 의견을 감안해서 최종적으로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이 안내서를 출판한다.
안내서는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라는 제목으로 이달 말 출판된다. 현재 원고 집필과 편집이 마무리됐고 곧 인쇄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사연은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자체 홈페이지에서 출판을 위한 펀딩(모금)을 진행한다. 기사연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소개글에서 “안내서는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을 의도한다”며 “성소수자로서 신실한 신앙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을 교회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그 기본 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교회들 가운데 다수가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는 교리를 지지한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안내서는 성소수자를 죄인으로 취급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신앙을 이어나가는 방법을 설명한다. 성소수자를 배척하지 않는 성경 해석을 제시하고 ‘과학적, 의학적 인식 발전의 영향으로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것이 세계 교회의 흐름’이라고 소개한다. 소개글에는 “당장 성소수자로서 고민하는 그리스도인을 마주한 교회의 입장에서 그 존재를 부정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점에서 안내서는 ‘도움을 요청하는 이에게 긴급히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과 같은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무엇보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그 누구든 조건 없이 환대하는 공동체”라는 문장이 강조됐다.
다만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교회가 “성소수자들로만 구성되는 특수한 교회를 뜻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안내서의 본질은 ‘누구나 안전을 보장받고 존중받는 교회를 구현하는 것’에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천주교계 출판사가 출간한 성소수자를 위한 천주교 사목 안내서 ‘다리 놓기’와 유사한 맥락이다. 미국에서 먼저 나왔던 ‘다리 놓기’를 한국어로 번역한 심종혁 서강대 총장 신부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천주교 사제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면서 “예수님께서 그 시대의 따돌림받고 배척당한 사람들과 함께하셨듯이 우리 시대의 약자, 성소수자들에게 교회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내서 집필에 참여한 자캐오 대한성공회 신부는 지난달 2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NCCK 정평위에서 분과를 구성해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인 교회와 목회환경에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하고 안내서를 만들게 됐다”면서 “NCCK 내부에 보수적 교단이 많아서 기사연에서 출판하게 됐지만 NCCK에서도 많은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자캐오 신부는 “안내서의 핵심은 한국 교회 내부에 성소수자 당사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성소수자 교인과 목회자들이 존재한다는 것, 우리가 그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캐오 신부는 “안내서는 한국 교회 내부에 존재하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성서 해석을 3, 4가지 스펙트럼(해석)으로 분류해서 보여준다”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그보다 우선하는 것은 환대와 동행이라고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