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자치구들이 대거 예산 집행 관리 실태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선다. 강동구청에서 7급 공무원이 폐기물시설 건설기금 115억 원을 횡령했다가 들통난 사건을 계기로, 자치구마다 기금 및 공금 통장 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살필 전망이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까지 서울 자치구 가운데 최소 6곳(강남구 도봉구 마포구 양천구 은평구 중구)이 예산 집행과 관련한 자체 특정감사나 점검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자치구는 강동구청 사건에서 문제가 된 기금 관리의 적정성, e-호조(지자체 디지털회계시스템) 관리를 받지 않는 구청 계좌 관리 상황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일반적 공금 통장은 e-호조로 입출금이 관리돼 횡령이 발생하기 어렵지만, 강동구청은 (e-호조 관리 없이) 입출금이 비교적 자유로운 제로페이 및 법인카드 결제 통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들었다"며 "이번 점검에서 이런 결제 통장의 현황을 확인하고 적정 관리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강동구청 횡령 공무원은 건설기금 계좌로 받아야 할 돈을 구청 제로페이 결제 계좌로 받아 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감사에 나서지 않은 자치구들도 다른 구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는 만큼, 이번 횡령 사건은 서울 자치구 전반의 금고 관리 실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특정감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당장은 예정된 일정이 많아 논의가 필요하다"며 "다른 자치구 결정이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 감사는 아니지만, 영등포구의 경우 부구청장 지시로 28일부터 금액이 큰 건을 위주로 전체 지출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워낙 이례적이라 다른 자치구까지 긴급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도 있다. 한 자치구 감사팀 관계자는 "통상 구청 지출 내역은 상시 모니터링되고 구청과 해당 부서에 지출 담당 직원도 있는데, (1년 넘게 횡령이 진행되는 동안) 어떻게 확인 한 번을 하지 않을 수 있냐"며 의아해했다.
서울시는 일단 자치구 차원의 대응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사 등은) 자치구 고유 사무라서 시에서 지시를 내리기 쉽지 않다"며 "시 차원에서 확인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이 있다면 협조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