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갈등이 고조되는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회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인 데다가 응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미국의 '공허한 외침'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공개 회의를 오는 31일 개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린필드 대사는 “우크라이나 국경으로의 러시아 군 병력 증강 등의 위협 행동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매우 중요한 문제로 안보리 공개 회의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10일 외교부 차관급 회담을 시작으로 수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진(東進) 중단,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반대 등을 관철하려는 러시아와 이견을 보여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미국 측으로부터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 보장과 관련한 서면 답변과 관련, “우리의 요구사항이 고려됐거나, 우리의 관심사를 고려하려는 의지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측의 안보리 공개 회의 요청은 마지막 외교적 해결의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우선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로서는 굳이 자국을 향한 공격성 발언들이 나올 게 뻔한 공개 회의에 응할 필요가 없다. 또 응하더라도 뭔가에 합의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안보리는 주요 안건들에 대해 상임이사 5개국의 만장일치로 의결하는데,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할 카드가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유럽 동맹국들이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 사분오열하는 점도 미국에는 부담이다. 이안 본드 유럽개혁센터 외교정책 연구원은 “독일은 새 정부가 출범했고, 프랑스는 대선을 앞두고 있으며, 영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약한 입지와 유럽의 정치적 혼란으로 상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운은 되레 짙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전투 병력과 무기에 이어 의무부대까지 파병하면서 사실상 침공을 위한 마지막 준비에 돌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재정적 조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