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만6,000명대로 또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서운 기세로 몰려오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 3일부터는 동네 병·의원까지 부랴부랴 코로나19 검사와 치료에 나선다.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사실상 동네 의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재택치료 인원이 폭증하고 관리 기준을 완화하면서 곳곳에 구멍이 생길 우려도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28일 발표한 '동네 병·의원 검사·치료 체계 전환 이행계획'에 따르면 2월 3일부터는 전국 호흡기전담클리닉 431곳과 지정된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검사부터 처방, 치료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2월 1일까지 코로나19 검사·치료에 참여할 동네 병·의원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며 "3일에는 전국에서 1,000곳이 문을 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들은 3일부턴 코로나19가 의심되면 호흡기전담클리닉, 동네 병·의원,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부터 받아야 한다. 양성이 나오면 해당 병원이나 선별진료소에서 다시 PCR검사를 받는다. PCR검사로도 양성일 경우 의사 판단에 따라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고 재택치료에 들어가면 된다. 병원을 이용하면 검사는 무료지만, 진찰료 5,000원을 내야 한다.
60세 이상,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취약시설 종사자 같은 고위험군은 기존처럼 전국 256개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213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PCR검사가 가능하다. 양성이 나오면 바로 재택치료에 들어가고 402곳의 관리의료기관에 배정된다.
방역당국은 무증상·경증 환자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이 모니터링하는 총 환자 인원을 현재의 8만 명에서 최대 12만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의사 1명당 관리 인원을 100명에서 150명으로 늘리고, 하루 모니터링 횟수를 집중관리군(고위험군, 기저질환자, 50대 미접종자)은 3회에서 2회로, 그 외 일반관리군은 2회에서 1회로 줄이기로 했다.
이번 진료 체계 전환은 그간 걸림돌로 지적돼온 야간 환자 관리와 의료 비용(수가)이 합의점을 찾았기에 가능해졌다. 당국은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동네 병·의원 의사가 퇴근 이후 집에서 환자의 연락을 받을 수 있게 허용했다. 단 전화를 바로 받지 못했으면 10분 안에 환자에게 다시 전화를 하도록 했다.
병·의원이나 지자체 상황에 따라 오후 7시까지만 환자를 보고 그 이후에는 24시간 운영되는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이나 재택치료지원센터에 대응을 맡기는 방식도 된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대부분 당직 의료진이 있어 밤에도 자체 대응이 가능하다. 수가는 집중관리군은 하루 8만 원대, 일반관리군은 6만2,000원대(주간 3만 원, 야간 3만2,000원)로 책정됐다.
정부가 공언했던 '오미크론 대응 단계' 전환을 우여곡절 끝에 눈앞에 두고 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우선 재택치료 모니터링 횟수를 줄이면서 응급 상황을 놓칠 가능성이 커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급 상황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집중관리군은 집이 아닌 의료진이 상주하는 생활치료센터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네 병·의원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1차 목표는 1,000곳이 문을 여는 것"이라면서도 "일반 환자와 동선 분리가 어렵거나 환기 시설이 없는 의원도 많아 더 확대하려면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마다, 병·의원마다 야간 대응 방식이 제각각일 걸로 예상되는 만큼 한동안 환자들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음압시설이 없는 의원에선 코로나19 확진자와 일반 환자가 뒤섞여 감염이 확산될 위험도 있다. 정부는 △사전예약 △이격거리 확보 △KF94 이상 마스크 착용 △환기·소독으로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1만6,096명을 기록했다. 하루 사이 1,581명이 늘었다. 오후 9시까지는 1만4,472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종전 동시간대 최다 기록이었던 26일 오후 9시 1만2,410명보다도 2,062명 더 많다. 방역당국은 2~3월 확진자가 3만 명대까지 늘 거라고 예상했지만, 10만~20만 명까지 바라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위중증 환자는 300명대로, 아직 감소세다. 하지만 확진 후 위중증으로 진행하기까지 2주 안팎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 이후 위중증 환자가 가파르게 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검사·치료 체계가 빨리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