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우승 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도전하고 싶어요.”
청주 KB스타즈의 슈터 강이슬(27)은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의 일등공신이다.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팀에 합류해 공수에서 다재다능한 활약을 하며 박지수(23)와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강이슬은 2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많다 보니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아도 돼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하다”며 “고교 시절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뒤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니 벅찬 느낌이 아직도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이슬은 삼천포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2년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후 신인 드래프트(1라운드 1순위)를 거쳐 프로에 데뷔했다. 그러나 부천 하나원큐에선 플레이오프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강이슬은 “프로에 입단해 매번 시즌을 조기 마감하다 보니 지친 기분이 들었고 한계를 느꼈다”며 “우승이 절실해 이적을 결심했다. 새 팀에서 뛰니 데뷔한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가짐도 신인 때처럼 가져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KB스타즈는 강이슬이 합류하기 전인 지난 시즌부터 독보적인 우승후보로 꼽혔다. 주로 포스트를 맡는 외국인선수가 리그에서 빠져 국내 최장신(196㎝) 박지수의 높이가 그만큼 돋보였다. 그러나 KB스타즈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선 아산 우리은행에 밀려 2위에 머물렀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정규리그 4위 용인 삼성생명을 넘지 못했다. 박지수를 받쳐줄 선수가 부족했던 게 패인이었다.
그러나 강이슬이 합류한 이번 시즌 KB스타즈는 득점 1위, 어시스트 1위, 리바운드 1위 등으로 리그에서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 강이슬은 팀에서 가장 많은 출전 시간(평균 33분30초)을 확보하며 외곽슛과 돌파로 득점을 보탰고,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어시스트로 동료들도 도왔다. 그리고 뛰어난 수비력에, 리바운드까지 가담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박지수에게 부담을 줄여 공격에 보다 주력할 수 있는 효과를 준 것이다. 강이슬은 “시즌이 거듭되면서 팀원들과 손발이 맞아갔다. 좋은 센터를 활용하는 게 맞고, 나보다 좋은 기회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하는 게 농구”라고 힘줘 말했다.
강이슬은 팀을 챙기면서도 리그 최고의 3점슈터 자리를 지켰다. 2017~18시즌 이후 5시즌 연속 이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날에는 역대 최연소(27세 8개월) 3점슛 600개도 달성했다. 강이슬은 “지수가 리바운드를 잡아줄 것이라는 믿음에 더욱 편안하게 슛을 쏘고 있다”며 “3점슛 덕에 지금도 경기를 뛰고 있다. 현재의 나를 만들어줘 애착이 크다. 3점슛 하면 강이슬이 떠오를 정도로 보다 정확한 슛을 쏘고 싶다”고 강조했다.
KB스타즈는 지난 26일 우리은행전에서 패(23승 2패)하면서, 역대 여자농구 최고승률 도전은 일단 멈췄다. 리그도 다음 달 열리는 세르비아 여자 월드컵 최종 예선으로 28일부터 중단됐다. 강이슬은 “최고 승률 욕심은 났지만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남은 챔프전 우승이 더 중요하다”면서 “대표팀에서도 반드시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 과거처럼 한국 여자농구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강이슬의 도전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리그를 마친 뒤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뤄온 WNBA에 합류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다. 강이슬은 이미 워싱턴 미스틱스로부터 캠프 합류 요청을 받은 상태다. 강이슬은 “초청선수 자격이지만 올해는 꼭 갈 것이다. 그리고 캠프에서 생존해 정규시즌 명단에 들고 싶다”며 “그간 프로에서 가다듬은 3점슛이 있어 자신 있다. 어느 누가 막더라도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자신 있게 쏠 것이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