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도 못 지켰는데... 윤석열 "집무실 광화문으로 이전"

입력
2022.01.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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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 탈피' 정치개혁공약 발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7일 "대통령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하고 기존 청와대 부지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을 상징하는 청와대를 개편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때 공약했음에도 경호 등 현실 장벽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대통령의 권한 분산이라는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청와대의 운영 방식을 달리하는 수준의 미봉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이 되면) 임기 첫날부터 광화문 집무실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국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가 발표한 정치 공약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도 삼청동에 있는 총리공관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의 '청와대 해체' 선언으로, 청와대 부지는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역사관이나 공원 등으로 활용된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광화문 집무실' 공약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윤 후보가 광화문에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국민이 늘 만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다. 그는 "안전 문제만 없다면 업무에 조금 방해가 되더라도 집무실에 앉아 국민들이 시위하고 항의하는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다"며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다만 이전 대선에서 '광화문 대통령'은 검토돼 왔다는 점에서 새로울 게 없다는 지적이 많다. 현 정권에서 해당 공약이 무산된 배경에는 경호 환경이 마땅치 않아 오히려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대통령이 광화문 집무실에 머물 경우 테러 방지를 위해 인근 도로와 건물의 폐쇄는 물론 도청 우려 등으로 주변 통신까지 차단해야 하는 불편이 발생한다. 또 청와대 지하벙커에 마련된 국가위기관리상황실 등 안보 시설을 어디로 이전할지, 청와대 해체 시 외국에서 국빈이 방문했을 경우 어디서 맞이해야 할지도 불분명하다.

이에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려면 집무실 이전보다는 대통령 권한에 대한 제도 개선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윤 후보가 국정 최고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을 정예 참모와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할 뜻을 밝힌 것도 그래서다. 그는 "공무원끼리만 모여서는 문제 해결과 대안을 만들어 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민간의 최고 인재들은 해외교포도 가리지 않고 모두 모아 국정 운영에 참여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민관합동위원회를 지원하고 연결하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런 식으로 위원회를 만들기 시작하면 결국 청와대가 비대해질 수 있다"며 "기존 정부부처 조직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재진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