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된 야쿠르트?…"가상캐릭터 '하이파이브', 호기심 넘어 '팬덤' 만들 것"

입력
2022.01.30 17:00
기획자가 들려준 가상 그룹 '하이파이브' 탄생기
"MZ세대 소통 강화…hy 고객층 확대 목표"

한국야쿠르트가 출시된 1971년부터 연습 기간만 52년이다. 지난해 9월에야 가요계에 데뷔했지만 외모는 앳된 10대 모습 그대로다. 데뷔 6개월도 안 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 6만6,700여 명을 확보한 아이돌그룹 '하이파이브' 얘기다.

하이파이브 멤버는 시중에 판매되는 음료명을 본뜬 쿠퍼(쿠퍼스), 야츄(하루야채), 쿠르(야쿠르트 라이트) 등 5명. 모두 종합식품기업 hy(옛 한국야쿠르트)의 대표 제품을 의인화한 가상 캐릭터다.

hy가 만든 가상의 아이돌그룹 하이파이브는 최근 2집 타이틀곡까지 내고 '팬'들과 소통 중이다.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등 가상 캐릭터 마케팅이 쏟아지는 가운데 보다 정교한 세계관으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hy빌딩에서 하이파이브를 기획한 hy 디자인팀의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사원 이상현(31)씨와 김나현(30)씨를 만났다. 아이돌가수 출신인 이씨는 "40~60대로 형성된 주 고객층을 2030세대로 확장하는 게 목표"라며 "가상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하이파이브 팬심이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사 승인 안 받아" 하이파이브 탄생 배경

가상 아이돌 마케팅은 MZ세대 소통 전략을 찾는 사내 공모전을 통해 두 사람이 제안했다. 현실의 가수처럼 음악 활동도 하고 콘서트, 팬미팅 등 놀이판을 만들어 팬을 확보하면 어떨까 하는 발상이었다. 캐릭터는 친근감을 살리기 위해 일러스트레이터 연그림 작가가 2D 그림체로 구현했고, 공개 오디션을 통해 모집한 일반인 5명의 목소리를 입혔다. 공개한 곡은 음원 등록을 마쳐 노래방에서 직접 부를 수도 있다. 김씨는 "지난해 1~9월은 연습생의 준비과정을 스토리텔링하는 데 주력했고, 데뷔 이후엔 진짜 아이돌가수들처럼 활동을 확장하며 캐릭터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하이파이브와 관련해 SNS, 유튜브에서 이뤄지는 모든 마케팅 활동은 오롯이 두 사람의 권한으로 진행한다. 상사의 승인 같은 건 필요 없다. "특정 이슈는 시의성이 중요한데 보고 절차를 거치다 보면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이상현씨) '젠더 이슈' 등 혹시 모를 리스크는 상황에 따라 "회사 동료들에게 2차, 3차로 확인과정을 거친다."(김나현씨) 이처럼 '어른'의 허락이 필요없으니 개인 SNS처럼 자유자재로 팬들과 소통하면서 친근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가상 캐릭터 마케팅의 강점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관을 확장하면 하이파이브가 야쿠르트의 광고모델로, 혹은 드라마의 배우로 변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제 연예인처럼 구설에 휘말릴 위험도 없다. "우리 상상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심지어 이들은 모델료도 안 받는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hy의 주요 제품 패키지에 캐릭터를 삽입하거나 포토카드가 담긴 음악 앨범, 슬리퍼, 쿠션 등 다양한 굿즈를 개발해 상품화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하이파이브는 올여름 발매를 목표로 3집 준비에 한창이다. 이를 위해 현직 유명 아이돌가수와의 협업도 논의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아이돌 팬산업을 차용해 hy 정기배송 회원을 확대하는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이씨는 "하이파이브의 팬클럽을 모집하면서 통상 받는 가입비 대신 정기배송 1개월 신청을 받는 이벤트를 해보고 싶다"며 "팬들은 hy 제품으로 건강을 챙기고 우리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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