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쏘아 올리며 올해 여섯 번째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새해 들어 4.5일에 한 번꼴로 미사일 도발에 나선 셈이다. 북한이 이렇게 짧은 주기로 미사일을 발사한 건 처음이다. 미사일의 정체도 남측을 겨냥한 ‘방사포(다연장로켓포)’ 가능성이 거론돼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훈련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다만 비행거리는 가장 짧은 190㎞였다. 미국의 제재에 맞서 무력도발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코앞으로 다가온 ‘혈맹’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2월 4일)을 앞두고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8시와 8시 5분쯤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두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비행거리는 190㎞, 고도는 20㎞로 탐지됐으며 합참은 함경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인 알섬을 타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에는 청와대와 국방부 모형의 표적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대비하고 있었다”며 “이 미사일을 남쪽으로 발사해도 탐지ㆍ요격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이 알섬 탄착 사실을 파악했다는 건 낮은 고도에서도 탐지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정확한 미사일 기종은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 중이다. 일단 탐지된 제원만 보면 2019년 여러 번 쐈던 ‘대구경 조종방사포’에 가장 가깝다. 당시 고도는 25~30㎞, 비행거리는 250㎞ 안팎이었다.
북한이 앞서 14, 17일 ‘대남 타격용 3종 세트’로 불리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를 차례로 시험발사한 점으로 미뤄 마지막 남은 ‘초대형 방사포(KN-25)’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사포는 여러 발의 로켓탄을 상자형 발사대에 수납, 동시 발사할 수 있게 만든 장치로 통상 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다만 방사포는 20~30초마다 발사하는 ‘연발 사격’이 특징이라 이날 쏜 미사일의 발사 간격(5분)과는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테스트한 KN-23ㆍ24의 개량형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KN-23의 발사 간격은 11분, KN-24는 4분이었다. 함흥에 고체 엔진 탄도미사일을 제작하는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가 있는 점 역시 근거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동해안에서 미사일을 쏜 것은 북한이 무기개발 초기에 하는 패턴”이라며 “아직 개발이 덜 된 탄도미사일 기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기존 미사일의 고도와 사거리를 일부러 조정해 남측의 혼란을 유도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북한은 2020년 3월 과거에 선보인 대구경조종방사포 발사 사진을 보도하면서 초대형 방사포를 쐈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에도 우리 군이 속도와 형상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최종 완성에 이르렀다”고 과시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우리 군을 기만한 사례가 있는 데다, 25일에도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도 보도하지 않은 만큼 당국 분석과 상이한 내용을 공개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무력시위를 멈추지 않으면서 정부도 공조 반경을 넓히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와 올해 다섯 번째 유선협의를 했다. 노 본부장은 전날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차관 겸 6자회담 수석대표와도 대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을 제외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과 모두 머리를 맞댄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반도 정세 위기를 초래하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