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위급 “北 핵·ICBM 실험 재개 우려… 대화 나서야”

입력
2022.01.31 10:44
北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 성공" 주장
美 "북에 대응 조치 고려… 대화 나서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이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북한에 즉각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당국자는 북한 IRBM 시험 발사를 언급하면서 북한이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유예 선언(모라토리엄) 번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북한이 전날 발사한 IRBM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검수사격은 생산 배치되는 미사일을 무작위로 골라 품질을 검증하는 시험발사를 의미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은 비행 거리 약 800㎞, 최대 고도 약 2,000㎞로 탐지됐다. 2017년 5월 이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사거리가 가장 긴 것이다. 올해 초부터 7차례나 미사일 무력시위를 감행한 북한은 지난 20일 핵실험ㆍICBM 유예 조치 해제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IRBM 시험 발사는 ICBM 실험 재개로 나아가기 위한 전 단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IRBM 시험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 “점점 더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동맹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안된 일부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 제재 추가 등 대응 수위를 올릴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그들은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안보리 결의가 이행되도록 해야 하며, 안보리가 역내 평화와 안정 증진을 보장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자 지난 12일 독자 제재에 나선 데 이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가로막혀 불발됐다.

그와 동시에 미국은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북한이 외교에 응하기를 요구한다”며 “양측의 우려 사항을 다루는 논의 자리를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완전히 적절하며 옳다고 믿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미국은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왔지만, 북한은 다른 길을 가길 원한다”고 지적하며 “한반도와 인근에서 군사적 대비 태세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최근 대북 독자 제재를 가했고 안보리 내에서 제재를 추진해 왔다”며 “위협을 받는 주변국과 협력해 다른 대응 방안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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