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부터 전국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는 등 '오미크론 대응체계'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면서 우려했던 자기진단키트 품절 사태 조짐이 일고 있다. 일선 약국에 자가진단키트를 공급하는 유통망에선 자가진단키트가 이미 자취를 감췄다. 약국이 보유한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진단검사 체계에 혼선이 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약품 최대 유통망인 지오영을 비롯해 백제약품 등 다수 도매업체에서 전날부터 자가진단키트가 품절됐다. 의약품 전문 유통회사 온라인팜 HMP몰에서도 래피젠, SD바이오센서, 휴마시스 등 전 제품의 주문이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일부 키트의 경우 다음 달 초에야 공급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선 약국에서는 주문 전쟁이 치열하다. 실제 이날 오전 HMP몰에 래피젠 자가진단키트가 700개가량 입고됐지만, 5분 만에 동이 났다. 서울 종로구 한 약사는 "재고가 들어왔는지 확인하다가 자가진단키트가 입고되어서 바로 주문했다"며 "주문하고 나니 순식간에 다 팔려서 다시 품절됐다"고 말했다.
약국 외에 자가진단키트를 공급하는 주요 유통채널인 편의점은 당장은 여유가 있지만 언제라도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일례로 CU는 최근 일주일(20~26일) 사이에 전월 동기 대비 자가진단키트 판매 매출이 86.5% 올랐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본사 차원에서 재고를 확보해 점포에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당장의 어려움은 없다"면서도 "약국 유통에 어려움이 있다면 (편의점에도) 수일 내 여파가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제조사에서 공급량을 늘리고 있지만 시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 명선을 넘어설 정도로 폭증하면서 검사 수요가 급격히 는 데다, 앞으로는 자가진단키트를 통한 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진단검사 체계 전환이 예고되면서 가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오영 측 관계자는 "제조사로부터 자가진단키트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지금은 재고가 없다"며 "언제 수급이 원활해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검사체계 전환을 앞두고 자가진단키트를 미리 확보하려는 정부에 공급이 집중되는 것도 약국이나 편의점에 수급불안을 야기하는 측면도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한달 생산량의 3분의 2는 질병관리청 등 정부기관으로 공급돼 민간 시장 공급이 많이 위축되고 있다"며 "민간 수요 증가는 예측하지 못한 채 급하게 공공부문 공급량을 늘리려다 보니 물량을 제대로 조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대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정부는 청와대까지 나서 "마스크와 달리 자가진단키트는 생산 물량이 충분하다"며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수급 문제가 단기간, 지역적으로 발생할 수는 있다"면서도 "물량이 충분하고, 수출 물량도 많아 국내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수출 물량을 조정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