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맞아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사실 전문가들도 몰라요. mRNA 백신을 몇 번까지 맞아도 괜찮을지 가이드라인도 없으니까요. 현재로선 오미크론이 올여름쯤 코로나19를 팬데믹(대유행)이 아닌 엔데믹(풍토병)으로 만들 거란 예상에 기대를 걸어 봐야죠.”
지난 24일 공식 출범한 보건복지부 신·변종감염병 mRNA백신사업단을 이끌 홍기종(57) 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건국대 교수)은 코로나19 백신 N차 접종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최근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만난 그는 “오미크론 이후의 백신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달 초 화이자가 오미크론용 백신을 3월 내놓겠다고 밝히자 N차 접종 가능성이 제기됐다. 접종 횟수를 줄이려고 오미크론 백신이 나올 때까지 3차 접종을 미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면역력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3차라도 맞아두겠단 사람도 있다. 헷갈리는 사이 3차 접종률은 인구의 절반을 갓 넘겼고, 오미크론은 국내 우세 변이 자리를 꿰찼다.
홍 단장은 “3차 접종만으로 오미크론이나 그 이후 변이를 충분히 예방하긴 어렵다”고 했다. 접종 후 면역력이 올라가 위중증이나 사망은 어느 정도 줄여주겠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른다. 지금의 백신이 변이 등장 전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세계 곳곳에서 얼마나 이어질지 아직 불확실한 만큼 오미크론용 백신은 일단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 사이에선 오미크론이 코로나19의 마지막 변이일 거라는 예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후 만약 다른 변이가 출현한다 해도 아주 위협적이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는 홍 단장도 동의했다. 인플루엔자(독감)와 비교하자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유전체 구성이 단순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잦아든다 해도 인류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숙주를 통해 또 다른 팬데믹 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언제 또 N차 접종을 되풀이해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최근 '범용 코로나 백신'이 필요하다 한 이유다.
mRNA백신이 감염병 대유행 대응에 유리하다는 건 분명해졌다. 백신의 mRNA는 체내에 들어가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인체가 이를 진짜 바이러스(항원)로 인식하고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변이가 등장하면 그 변이가 갖고 있는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mRNA를 살짝 변형해 갈아 끼우면 된다. 전통적인 백신 개발 방식보다 빠르고 간편하다.
홍 단장이 이끄는 사업단의 목표는, 이 작업이 가능한 국산 mRNA백신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2년간 344억 원을 투입한다. 다음 달까지 참여 기업과 연구자를 선정하고 4월엔 연구·개발에 착수한다. 홍 단장은 “범용 코로나 백신뿐 아니라 범용 인플루엔자, 출혈열 백신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백신을 의심하고 거부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돌파감염을 들며 백신 무용론을 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홍 단장은 “사람마다 면역력이 다르고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돌파감염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백신은 오랫동안 많은 효과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여전히 ‘괜찮은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면역 및 백신 전문가인 홍 단장은 2006~2014년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 재직하면서 조류 인플루엔자와 탄저병 백신 개발에 기여했다. 이후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국제백신연구소, 충북감염병연구단, 여러 기업과 협력하며 감염병과 공공 백신 연구에 힘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