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순항미사일 두 발을 쏘아 올린 북한이 이례적으로 잠잠하다. 북한은 그간 미사일 시험발사 다음날 공개 보도를 통해 제원을 밝히며 성과를 과시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 그러나 26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는 관련 언급이 한 줄도 없었다. 앞서 5일과 11일, 14일, 17일 등 올 들어 4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이튿날 대대적으로 공표한 것과도 달라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발사 실패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험발사에서 요구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와 공개를 꺼렸다는 추측이다. 우리 군 당국은 전날 “북한이 오전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상이 아닌 내륙에서 상당 시간 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저고도로 날아 레이더망에 잘 잡히지 않는 순항미사일이 우리 군에 탐지됐다는 건 오랫동안 비행했다는 뜻이다. 단, 한미 탐지자산의 사각지대에서 비행하던 중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 연초부터 유례없는 연쇄 도발로 긴장을 한껏 고조시킨 북한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 굳이 알리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형이 아닌 기존 순항미사일의 성능을 점검하는 차원이라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새로 개발한 무기체계도 아니고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면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보도할 가치가 떨어진다.
일각에선 추가 발사가 남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이틀에 걸쳐 시험발사한 뒤 한데 묶어 종합 보도한 전례가 있어서다. 가장 가까운 예로 지난해 9월 11, 12일 이틀 연속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쏘아 올린 북한은 13일 “미사일이 8자형 궤도를 따라 7,580초가량 비행해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미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눈치채지 못해 이튿날 곧바로 보도가 나오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4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추가 시험발사를 마친 뒤 성공을 자축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6일 “발사가 실패했거나 원하는 성능이 안 나왔거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행사를 위한 예행연습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상존한다”면서도 “중요한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추가 시험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