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도, 외환시장 개방도…선언만 하고 새 정부에 숙제 떠넘긴 정부

입력
2022.0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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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결단 내릴 시기라는 입장
새 정부 노선 따라 정책 뒤집힐 수도
"득실 무엇인지 먼저 따져봐야"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 △공매도 전면 재개 △외환시장 개방 확대 등 우리 경제에 파급력이 큰 대·내외 정책에 속도를 내겠다고 연이어 밝혔다. 공교롭게도 세 사안 모두 최종 성사는 3월 대선 이후에 판가름 난다.

정부가 정책 결정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명분만 챙기고, 정작 '시행'이라는 더 큰 숙제는 새 정부에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속도 내는 대·내외 정책, 최종 결정 대선 후에나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4월에 CPTPP 가입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또 오는 6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편입을 위한 1차 관문인 '관찰대상국' 등재를 목표로 외환시장 개방 확대도 추진할 뜻을 보였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 역시 MSCI 지수 편입 조건 중 하나인 공매도 전면 재개를 가급적 상반기에 하겠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세 사안 모두 정부가 심사숙고하며 결정을 미뤄오던 사안이다. 찬반 여론도 비등해 정부가 현 정권 임기 내에는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주요 대·내외 경제 정책에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며 세 사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비교적 명확히 밝혔다.

그런데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거나 매듭짓겠다고 밝힌 시점이 모두 대선 이후라, 정부의 시행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야 정해진 타임테이블 대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단을 내린 시기가 대선 직전이라 의심을 사는 것이다.

CPTPP 가입도 현 정부 임기 내인 4월에 추진하겠다지만, 5월에 출범하는 새 정부 의중을 전면 배제하기는 어렵다.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가입 추진을 중단해 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

외환시장 개방과 공매도 재개 여부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가 임기 만료 전에 시행을 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지 않는 한, 새 정부 성격에 따라 정책 추진 방향이 모두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입장과 다른 이재명·윤석열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유력 대선주자 입장을 보면 세 사안이 정부 뜻대로 흐르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외환시장 개방을 두고 이 후보는 MSCI 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윤 후보는 외환시장 개방에 따른 부작용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쪽이다.

공매도는 두 후보 모두 제도 보완을 언급할 뿐 전면 재개에 대해 속내를 보이진 않고 있다. 외국인·기관이 주도하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개인 투자자의 불만을 살 수 있어 관련 발언을 아끼는 모습이다.

CPTPP 가입은 상대적으로 정부와 대선주자 간 입장 차가 뚜렷하진 않지만 이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농산물 개방에 따른 농업계 반발, 일본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 요구 등 새로 뽑힐 대통령이 가입을 주저할 쟁점이 수두룩해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MSCI 지수 편입, CPTPP 가입으로 득실은 무엇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주요 대선주자 입장도 다른 상황에서 정부가 왜 정책 일정을 제시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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