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심포니·KBS, 첫발 내딛는 두 외국인 감독들… "국제 무대로"

입력
2022.01.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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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트 라일란트(코심)·피에타리 잉키넨(KBS)
상임 지휘자 겸 감독 맡고 첫 언론과의 만남
'국립' 명칭 두고 논란 빚던 두 단체로 더 주목

올해부터 3년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KBS교향악단의 지휘봉을 잡는 신임 외국인 감독들이 하루 차이로 연이어 국내 언론과 만나 출사표를 냈다. 각 악단의 역량을 끌어올려 국제 무대에도 이들 악단을 더 알리겠다는 비슷한 포부를 밝혔다. 모두 외국인인데다 두 악단이 최근 '국립' 명칭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던 터라 이들의 행보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코심의 라일란트 "레퍼토리 확장… 대중에게 친숙하게"

먼저 음악으로 관객을 만난 사람은 코리안심포니(코심)의 다비트 라일란트다. 상임지휘자 겸 제7대 예술감독을 맡은 라일란트는 지난 22일 '빛을 향해'라는 제목의 취임 연주회를 통해 성공적으로 국내 팬과 인사를 나눴다. 뒤셀도르프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슈만 게스트'라는 명예 칭호까지 받은 그가 공연한 '슈만 교향곡 2번'은 많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주회 사흘 후인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예술감독 부임 후 첫 공연이라 긴장이 됐지만 악단과 함께 최고의 음악적 기량으로 열정을 나누고자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코심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와 관련, 라일란트 감독은 "청소년기에 아시아에 관심이 많았고, 세심하고 유연하면서도 관객에게 음악의 열정을 나누고자 하는 (코심의) 마음에 끌려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프랑스 메스 국립오케스트라와 스위스 로잔 신포니에타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작곡가로 주로 활동하다 7년전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은 그는 코심과도 2018년부터 3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는 "코심은 오페라, 발레 등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하고 지휘자·작곡가 양성 등 새 프로젝트에도 열려 있다"며 코심의 장점을 '개방적 자세'로 꼽았다.

라일란트 감독은 코심의 레퍼토리 확장을 자신의 임무 중 하나라고 봤다. △18세기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등의 작품 △독일과 프랑스 낭만주의 △현대 음악 등을 세 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국립 논란'과 관련해서는 "'국립'이란 말의 무게감과 책임을 깊이 공감한다"면서 "음악이 낯선 대중에게 친근한 오케스트라로 다가가고 성장하는 음악가를 지원하는 등 국립에 걸맞은 일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코심 이름에 '국립'을 넣는 안을 추진하자 KBS교향악단이 반발하며 논란이 됐다.


KBS의 잉키넨 "팀워크 중요… 음악으로 한반도 평화를"

28, 29일 취임 연주회를 앞둔 피에타리 잉키넨 KBS 음악감독은 26일 오전 기자간담회로 먼저 인사를 했다. 제9대 음악감독에 오른 그는 현재 도이치방송 교향악단 수석지휘자 등도 맡고 있다. 이번 첫 무대에서는 고국 핀란드의 대표 음악가 시벨리우스의 '카렐리아 서곡'과 '레민카이넨 모음곡' 등을 선보인다. 그는 "KBS교향악단은 (작품에 대해) 완전히 열려 있고, 내가 이야기하는 부분을 경청하고 호응하려는 자세를 보여준다"며 "독특한 음색이 있는 레민카이넨과 KBS교향악단은 잘 맞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잉키넨 음악감독은 협동력을 강조했다. "단원 개개인은 물론 악단의 모든 문제를 알아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팀워크(협동력)가 중요하다"면서 "나의 지휘 스타일도 있지만, 이런 문화적 맥락에 따라 최종 결과물은 다르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서로 맞춰가는 노력을 통해 해를 거듭하면서 악단의 활동도 세계로 확대되길 기대했다. 장기적으로는 자신이 이끄는 또 다른 교향악단인 도이치방송과의 협연도 목표로 삼았다. 이 외에도 차세대 지휘자 육성을 위한 'KBS 아카데미' 신설 등을 언급했다. 그는 "팬데믹이 우리를 고립되게 했지만 보편적 언어인 음악이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 메시지를 음악을 통해 전하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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