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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0일 오전 인천 중구 공항로 화물청사. 김나라 국제보호동물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캠페인 매니저는 이동장(크레이트) 속 진돗개 18마리의 출국 준비에 한창이었다. 개들은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와 HSI가 전남 진도군 군내면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한 65마리 가운데 일부다. (▶관련기사보기: 천연기념물 진돗개도 보신탕 될 뻔… 진도군 개농장서 65마리 구조)
김 매니저는 "개들은 순차적으로 캐나다 토론토공항에 도착해 일부는 캐나다에 남고 나머지는 미국 메릴랜드주로 이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을 시작으로 18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110마리의 진도 믹스견이 미국으로 떠났다. 진도군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 59마리를 포함, HSI가 전국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이다.
라이프와 HSI는 지난해 8월 31일 진도군 식용개 농장을 폐쇄하고 65마리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진돗개(문화재청에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돼 진도군 내에서 사육하는 개) 4마리와 예비 미심사견 7마리를 발견했다. 60대 농장주는 20년 동안 식용 목적으로 진돗개와 진도 믹스견을 매입해 사육, 도살하고 이를 본인이 운영하는 보신탕집에서 판매해왔는데 악취와 소음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개농장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실태가 알려졌다.
라이프와 HSI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사람을 잘 따르고 사회성이 좋은 개들의 입양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입양문의는 몇 건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동물단체가 요구하는 입양 조건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새 가족을 찾은 사례는 이미 진도 믹스견을 기르고 있던 가정에 입양된 '클루니'(1세∙수컷) 1마리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국내에서는 소형견, 품종견을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믹스견, 중대형견을 입양하려는 이가 많지 않다"며 "백방으로 입양처를 알아봤지만 결국 전부 해외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구조과정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진돗개 4마리는 해외로 가지 못하고 국내 위탁 보호소에 남아 있다. 문화재보호법상 천연기념물은 국외로 수출하거나 반출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다. 진돗개는 또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진도개법)에 따라 번식능력이 없거나 노화 등으로 천연기념물로서 보호가치가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진도군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반면 이번 진돗개 4마리는 천연기념물로 밝혀지기 전 이미 진도군 밖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에 국내 위탁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는 게 라이프 측의 설명이다.
이번 사태는 문화재관리법과 진도개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진돗개가 천연기념물 등록 이후에는 추적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동물단체들은 이번 기회로 실질적인 진돗개 보호 내용을 포함해 진도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진도개법에는 예방접종과 구충을 빼고는 진돗개를 동물로서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은 빠져 있다"며 "입법 목적에 진돗개의 보호를 명시하고 진돗개의 인도적 보호와 관리, 복지 증진에 대한 사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토론토공항에 차례로 도착한 110마리의 진돗개들은 HSI가 토론토공항과 미국 메릴랜드주 워싱턴카운티 헤이거스타운에 마련한 임시 보호소에서 건강검진과 행동평가를 받고 있다. 김나라 HSI 매니저는 "사람을 잘 따르는 개들은 400여 개의 파트너 보호소를 통해 입양을 추진하는 반면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소심한 개들은 교육을 받고 입양처를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HSI가 '코리안 진도'를 미국으로 보낸 건 지난해 6월(170마리)에 이어 두 번째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새 가족을 찾았지만 공격성을 보이거나 소심한 20마리는 보호소에서 사회화 교육을 받고 있다.
김나라 매니저는 "HSI가 그동안 9개의 개농장과 개시장에서 구조한 개들 가운데 진돗개와 진도 믹스견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된다"며 "진돗개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소나 개농장에 있는 진도 믹스견이나 중대형견도 충분히 사랑받으며 살 수 있는데 국내에서 입양가족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며 "이들이 실내에서 같이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진도 믹스견과 중대형견의 국내 입양이 쉽지 않다고 해서 해외로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진도 믹스견과 중대형견의 유기 발생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당개 중성화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어웨어에 따르면 미국 일부 주와 대만 타이베이시, 호주 수도준주 등에서는 반려동물이나 보호소에서 입양한 동물에 대한 중성화를 의무화함으로써 유기동물 개체 수 감소 효과를 보고 있다.
개체 수를 줄이는 것과 별도로 믹스견, 중대형견은 기르기 어렵다는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유기동물 보호소 개들 가운데 상당수가 진도 믹스견과 중대형견인 점을 감안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중성화 정책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며 "동시에 진도 믹스견이나 중대형견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없애기 위한 정부, 지자체, 동물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