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포함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3곳 무공천 등의 쇄신안을 발표했다. 견고한 정권심판 여론에 가로막혀 이재명 대선후보의 지지율 정체가 지속되자, "민주당이 바뀌겠다" "나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명분으로 쇄신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이대로라면 대선에서 패할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송 대표가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그러나 당 전반적인 쇄신 흐름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현 정부의 주류인 친문재인계와 86그룹 의원들의 동참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당 내외의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며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라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내에서 제기된 '86 용퇴론'과 이 후보 측근 7인회의 탈기득권 선언에 당 대표로서 화답한 것이다.
그러면서 오는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5곳의 재·보궐선거 지역구 중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충북 청주상당에 무공천 방침을 밝혔다. 이 3곳은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귀책사유가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은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귀책사유로 열린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헌에 명시된 '무공천 원칙'을 깨고 공천을 강행했다가 참패한 바 있다. 송 대표의 이번 결정은 민주당의 지난 '내로남불'에 대한 반성인 셈이다.
개인 비리 혐의로 기소돼 민주당 당적을 내려놓은 윤미향, 이상직 무소속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신속히 처리할 뜻도 밝혔다. 동일 지역구 4선 이상 출마 금지 제도화와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원 30% 이상 청년 공천 방침도 사실상 '세대 교체'를 염두에 둔 구상이다.
송 대표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대선 승리를 위한 절실함을 보여줬다"는 긍정 평가가 많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송 대표의 국민을 위한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국민들께 우리의 이런 결단이나 의지가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응했다. 지난해 이미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86그룹 대표주자 중 한 명인 우상호 의원도 "낮은 곳에서 정치 혁신과 민생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86그룹 의원 등의 반발을 고려해 당내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회견 직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왜 지도부와 상의 없이 발표했느냐"는 불만도 일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에 "송 대표가 최고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최고위원들이 받아들였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내에선 기득권 포기 선언을 한 송 대표와 7인회 소속 의원들이 그간 당내 비주류였다는 점에서 친문계 등에 대한 '압박'이라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의 진정성이 국민에게 전달되기 위해선 내로남불과 입법 독주 등으로 정치교체 여론을 유발한 책임이 큰 주류세력의 반성과 기득권 포기 선언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송 대표의 솔선수범도 자신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을 테니 다른 의원들도 동참해달라는 '무언의 요청'이란 해석이 많다.
다만 세대 교체에 대한 당내 청년 정치인들의 기대에도 송 대표와 우 의원을 제외한 86그룹에서도 현재로선 추가적인 호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 친문계 의원은 송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지금은 승자 독식 구조나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 등의 정치 개혁이 시급한데, 인적 쇄신을 이유로 다같이 물러나면 정치개혁은 누가 하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어렵사리 만든 '원팀' 기조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불출마 선언에 동참하지 않는 중진이나 친문계 의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