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가 11년 만에 최고 수준인 4% 성장을 기록했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파에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이 뒷걸음질친 지 1년 만에 이룬 반등이다. 코로나 첫해 무너졌던 내수가 팬데믹 2년 차를 맞아 되살아났고, 한국 경제의 주력인 수출도 성장을 떠받친 결과다. 무엇보다 정부가 두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해 막대한 재정을 퍼부은 영향이 크다.
문제는 글로벌 긴축전쟁이 본격화되는 올해 경기가 재차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체감경기가 여전히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밝힌 '올해 3% 성장'에도 일찌감치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간 성장률로는 2010년(6.8%) 이후 최고치다. 코로나19 충격 여파로 2020년 역성장(-0.9%)을 기록했던 만큼 기저효과를 무시할 순 없지만 1년 만의 큰 폭의 반등이다.
사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예상치 못한 오미크론 변수에 '4% 성장률' 달성을 낙관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따라 민간소비(1.7%)가 선방하면서 지난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1%를 기록한 결과, 목표치를 턱걸이로나마 달성할 수 있었다.
지난해 4% 성장률을 떠받친 건 민간소비와 수출이었다. 연간 성장률 구성을 뜯어보면 2020년 증가율이 -5%를 기록했던 민간소비는 3.6% 늘면서 2010년(4.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듭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학습효과로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년 1.8% 감소했던 수출은 지난해 9.7%나 증가하며 우리 경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설비투자 성장률도 8.3%에 달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제주체들이 코로나 상황에 적응하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된 결과 민간소비가 늘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가 재개되면서 반도체와 화학제품,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4% 성장한데는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 효과도 적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50조 원에 가까운 추경을 편성해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지원금 등에 썼다. 지난해 정부소비만 해도 5.5%나 증가했다. 이 같은 막대한 돈 풀기가 민간소비를 촉진시킨 것은 물론, 정부소비와 정부투자 증가에도 상당 부분 기여했을 거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문제는 올해 상황이 지난해와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의 긴축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정부의 막대한 돈풀기 정책을 계속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오미크론 확산 여파로 소비자 지갑이 언제 다시 닫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하강 가능성에 수출이 계속 우리 경제를 견인해 줄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원자재 값 급등 등의 여파로 무역수지 적자 우려가 커진 것도 성장률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황 국장은 "글로벌 전염병 재확산과 공급 차질, 중국의 경제 하강 리스크가 잠재적 경기 하방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주요국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역시 종전 3.3%에서 0.3%포인트 낮춘 3.0%로 제시했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연구위원은 "코로나 확산과 재정지원 효과 소멸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의 하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긴축 가속화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증가시키고 실물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