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오미크론, 마지막 변이라는 생각은 위험”

입력
2022.01.25 14:57
거브러여수스 WHO 총장, 24일 이사회 개회사에서
"또 다른 변이 출현 이상적 조건... 종료 생각은 위험"
"팬데믹 조건 바꿔야" 강조... '백신 격차' 해소 촉구


“오미크론이 마지막 변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세계보건기구(WHO) 이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낙관과 비관이 엇갈렸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과 함께 “바이러스를 두고 도박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중첩됐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날부터 5일 일정으로 열리는 이사회 개회사에서 “올해 안에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PHIEC)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반까지 모든 국가가 자국 인구의 70%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등 WHO가 제시한 과제를 달성한다는 전제를 깔긴 했다. 앞서 WHO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1월 30일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희망적 예견은 이것이 전부였다. 되레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오미크론 변이를 뛰어넘는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를 경고했다. 그는 “(세계 상황은) 더 많은 변이가 출현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이라며 “오미크론 변이가 마지막 (변이)일 것이라는 생각이나, 세계가 팬데믹(대유행)의 ‘엔드게임(종반부)’에 이르렀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주 전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확인된 후, 2020년 한 해 내내 보고된 확진자 수보다 더 많은 8,00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며 오미크론 변이의 강력한 감염력을 우려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하더라도 방역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우리는 모두가 이 감염병에 지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펜데믹을 엔데믹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조건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이 밝힌 조건 변화는 국제적인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는 “아프리카 인구 중 85%는 아직 한 번도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다”며 “이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한 감염병 비상사태는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나바로 WHO 코로나19 특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팬데믹 종료설’에 선을 그었다. 나바로 특사는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마라톤의 중간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면서도 “끝이 눈앞에 와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지,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델타 변이보다 중증도나 치명률이 낮다는 점에 안심하면 안 된다고 나바로 특사는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갑자기 부드러워진 것이 아니다”라며 “아직도 멀고 험난한 길이 남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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