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세계보건기구(WHO) 이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낙관과 비관이 엇갈렸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과 함께 “바이러스를 두고 도박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중첩됐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날부터 5일 일정으로 열리는 이사회 개회사에서 “올해 안에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PHIEC)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반까지 모든 국가가 자국 인구의 70%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등 WHO가 제시한 과제를 달성한다는 전제를 깔긴 했다. 앞서 WHO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1월 30일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희망적 예견은 이것이 전부였다. 되레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오미크론 변이를 뛰어넘는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를 경고했다. 그는 “(세계 상황은) 더 많은 변이가 출현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이라며 “오미크론 변이가 마지막 (변이)일 것이라는 생각이나, 세계가 팬데믹(대유행)의 ‘엔드게임(종반부)’에 이르렀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주 전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확인된 후, 2020년 한 해 내내 보고된 확진자 수보다 더 많은 8,00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며 오미크론 변이의 강력한 감염력을 우려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하더라도 방역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우리는 모두가 이 감염병에 지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펜데믹을 엔데믹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조건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이 밝힌 조건 변화는 국제적인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는 “아프리카 인구 중 85%는 아직 한 번도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다”며 “이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한 감염병 비상사태는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나바로 WHO 코로나19 특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팬데믹 종료설’에 선을 그었다. 나바로 특사는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마라톤의 중간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면서도 “끝이 눈앞에 와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지,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델타 변이보다 중증도나 치명률이 낮다는 점에 안심하면 안 된다고 나바로 특사는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갑자기 부드러워진 것이 아니다”라며 “아직도 멀고 험난한 길이 남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