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파란만장 송해 인생, KBS 뮤지컬로…정동원·이찬원 주연

입력
2022.01.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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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설 특집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

스물넷 청년 송복희씨는 어머니, 누이와 사흘마다 헤어졌다. 때는 1951년 1월. 황해도 재령 구월산 주변 마을엔 6·25전쟁의 여진이 지속했다. 전세에서 밀린 인민군 3,000여 명이 산에 숨어들었고, 먹을 것이 떨어지면 사흘에 한 번꼴로 마을로 내려와 식량 등을 빼앗아갔다. 그때마다 청년들은 집을 떠나야 했다. 인민군에 발각되면 징집됐고 반항하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조심해라." 송씨의 어머니가 집을 나선 아들에게 한 이 말은 모자의 마지막 대화가 됐다. 인민군을 피해 연평도로 몸을 숨긴 송씨는 이후 영영 가족과 생이별을 했다. 젊어선 송복희로 불렸던, '국민 MC' 송해의 삶이다.

송해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뮤지컬로 제작된다. KBS 설 기획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다. 트로트 가수 정동원이 '소년 송해'를 그리고 이찬원과 신유가 청년과 중년이 된 송해를 각각 연기하고 노래한다. 모두 '전국노래자랑'에서 한두 차례 송해와 인연을 맺은 가수들이다. 소리꾼 박애리는 송해의 어머니로 나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모정의 애틋함을 돋운다. "가시는 듯 돌아오소서, 송해야~". 무대에서 박애리는 눈물을 흘리며 이 노래를 부른다.

송해의 삶은 한국의 근현대사이고, 한민족의 삶이다. 민족 대명절인 설에 '송해 뮤지컬'이 안방극장을 통해 소개되는 배경이다. '눈보라가 휘말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굳세어라 금순아' 등 시대를 뛰어넘어 불리는 30여 곡의 가요는 송해의 이별과 사랑 그리고 성공과 좌절의 결정적 순간에 몰입을 돕는다. '여러분~'의 제작을 총괄한 문석민 PD는 "송해 선생님이 1955년 창곡악극단에서 가수로 먼저 데뷔했는데, 이런 실화에 상상력을 살짝 보태 송해의 짝사랑 등을 극에 녹였다"고 말했다. 공연엔 태진아와 김연자를 비롯해 국악인 송소희, 박서진 김태연 홍잠언 등 후배들이 줄줄이 출연해 힘을 보탰다. '여러분~'은 '할담비(할아버지+손담비)'로 유명한 지병수씨 등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했던 200여 명을 초대해 사전 제작으로 이뤄졌다.

송해의 건강 비결은 'BMW'로 유명하다. 송해는 버스(Bus)와 지하철(Metro)을 타고 걷기(Walk)를 하며 1988년부터 전국 각지를 누비며 '전국노래자랑'을 30년 넘게 이끌었다.

"몰랐던 걸 알았으면 박수가 나와야 됩니다". '국민 MC'는 '여러분~'에서도 입담을 뽐냈다. 4막으로 이뤄진 '여러분~'에서 송해는 마지막에 무대에 올라 그의 노래 '내 인생은 딩동댕'을 직접 부른다. "눈도 맞고 비도 맞고 앞만 보고 달려왔었네. 괜찮아 이만하면 괜찮아, 내 인생 딩동댕이야." 고희를 훌쩍 넘긴 '어버이'의 노래에 관객들은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31일 오후 7시 50분 KBS2 방송.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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