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비해 병력 8,500명의 동유럽 추가 배치 준비에 들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 예정에 없던 화상회의를 갖는 등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러시아 압박에 돌입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신속대응군(NRF) 활성화 등 상황 발생시 병력 지원을 위해 미군 부대에 배치 준비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스틴) 장관이 준비 강화를 지시한 병력은 총 8,500명 정도”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 고조에 따라 기존 유럽 내 미군을 나토 동쪽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파병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단지 병력을 준비시켰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22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병력 1,000~5,000명과 전함, 항공기 등을 동유럽과 발트해 인근 나토 회원국에 파견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추가 파견 병력은 구소련 국가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의 동부전선이자 러시아와 맞닿은 나라에 미군과 나토 전력을 추가하는 것이다.
선택지에는 또 우크라이나 상황이 악화할 경우 병력 파견 규모를 10배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NYT는 소개했다. 이날 국방부의 설명은 이 같은 논의에 맞춰 미리 미군 병력에 출동 대기 명령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나토도 회원국인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네덜란드가 러시아 인근 동유럽 국가와 발트해 등에 전함과 전투기 등을 추가 배치한다고 23일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 백악관에서 유럽 국가 정상들과 회의를 가졌다. 백악관은 “(이번 회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군사력 증강 대응과 관련해 대서양 연안 동맹 및 우방 국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조정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상황이 급박해지자 23일 키예프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 가족 철수를 명령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중단 등 나토 동진 중지를 요구하며 10만 이상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인근에 배치해 사실상 무력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이에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경제제재 경고 등 압박을 가하는 한편 러시아의 실제 군사행동에 대비해 인근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