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이 대주주인 호반그룹에 대한 비판 기사를 삭제한 데 대해 언론계가 "언론 독립 파괴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건설 자본의 언론 장악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는 24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신문 대주주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과 서울신문 경영진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신문 경영진이 2019년 자사 특별취재팀이 보도한 '언론 사유화 시도 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시리즈 기사 50여 개를 지난 17일 일괄 삭제했기 때문이다. 보도 당시 서울신문 3대 주주였던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당시 2대 주주)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지난해 말 최대 주주가 됐다.
세 단체는 "이미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기사 내용과 관련해 재벌 경영권 승계 과정의 문제점을 다루는 국회 공청회까지 개최되는 등 공신력에 높은 평가를 받았던 보도 내용이 해당 신문사를 인수한 대주주와의 '상생'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명분으로 무더기 삭제된 일은 군홧발이 편집국을 짓밟던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호반그룹 사주인 김상열 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에게 물었다. 이들 단체는 "김 회장은 '기사의 진실성이 밝혀진다면 회장 직권으로 기사를 다시 게재하도록 하겠다'는 적반하장식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서울신문의 편집권이 사주인 자신에게 있음을 확언한 것으로 향후 대주주 일가와 건설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보도는 언제라도 멋대로 삭제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의 말은 서울신문을 공론지가 아니라 사주 일가를 대변하는 호반그룹 사보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라며 "이번 사태가 왜 건설자본이 언론사를 인수해 왔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는 편집국 기수별 성명이 줄을 잇고 있다.
세 단체는 김 회장에게 △삭제된 기사의 즉시 복구 △편집권 독립의 제도적 보장 △무더기 기사 삭제 행위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정치권에도 지난 30여 년간 급속히 진행된 산업자본에 의한 언론 지배와 독과점을 막기 위한 미산분리(미디어 자본과 산업 자본의 분리)를 포함한 언론 개혁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