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면적의 절반을 넘는 거대 빙산이 3년 9개월 동안 4,000㎞ 가까이 표류하면서 1조 톤에 달하는 민물을 바다에 스며들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녹은 물이 해양 생태계와 기후 등에 미칠 영향에 과학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USA투데이에 따르면 남극대륙 라르센-C 빙붕의 일부였던 A68A 빙산은 지난 2017년 7월 빙붕에서 떨어져 나왔다. 당시 빙산의 크기는 2,208 평방마일(약 5,719㎢)로 미국 델라웨어주 면적보다 더 컸다. 대한민국 면적(10만210km²)의 절반이 넘는 크기였다. 이 빙산을 관찰하기 위해 국제적인 과학자들로 구성된 조사팀이 발족했고, 면적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위성 3개가, 두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위성 2개가 각각 동원됐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빙산은 떨어져 나온 뒤 남극해에서 표류하다 지난 2020년 12월 아르헨티나 해안에서 1,300마일(약 2,100㎞) 떨어진 사우스조지아섬에 접근했다. 이 섬은 펭귄이나 바다표범 등 많은 야생 동물들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다행히 이 빙산은 섬 근처 해저에 부딪히기 직전에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다. 만약 충돌했을 경우 많은 야생동물이 죽고 생태계가 파괴됐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했다.
빙산이 녹은 것은 드레이크 해협을 따라 표류하다가 섬 근처의 따뜻한 스코티아해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섬 근처에 접근하기 전후 이 빙산의 두께는 771피트(약 235m)에서 219피트로 급격히 얇아졌다. 2020년 11월~2021년 1월 불과 3개월 사이에 무려 170m나 얇아진 것이다.
이 기간 빙산이 바다에 토해낸 물의 양은 엄청났다. 조사팀은 이 빙산이 섬 주변에서 1,670억 톤에 달하는 민물을 방류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6,100만 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언론은 전했다.
빙하로 쪼개져 표류하던 빙산은 2021년 4월 완전히 녹아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처음 빙붕에서 분리된 이후 2,485마일의 여정에서 총 9,920억 톤의 물이 바닷물과 섞였다.
이렇게 많은 양의 민물이 짧은 시간 바닷물과 섞인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과학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사팀은 “차가운 민물이 해류와 함께 이동하고 소금기가 많은 따뜻한 물과 혼합해 영양분을 형성할 것”이라며 “이 영양분은 플랑크톤의 변형을 야기하거나 새로운 플랑크톤을 생산해 지역 먹이 사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해수면 상승 등의 영향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해빙과 관련한 연구보고서는 국제 학술지 ‘환경원격감시’ 3월호에 게재됐다.